한국 제작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에 소년범을 혐오하는 소년법원 판사 심은석으로 출연한 배우 김혜수. /넷플릭스

저지른 죄에 대해 책임을 지우고 처벌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는 따로 있는 걸까.

벨기에는 18세, 중국은 16세, 독일 일본 오스트리아는 14세, 프랑스는 13세, 캐나다는 12세, 영국은 10세, 미국은 주에 따라 7~14세가 ‘촉법소년’의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이 형사미성년자로,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만 받는다. 초등학교 4·5학년에서 중학교 1·2학년 정도의 나이다. 이 기준은 1953년 법제화 뒤 70년 그대로다.

넷플릭스 한국 제작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은 이 소년범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넷플릭스 주간 톱10에서 3월 첫 주 비영어 시리즈 부문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세계 190개국 사용자들이 한 주간 이 드라마를 총 4593만 시간 시청했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과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을 믿는 판사 차태주(김무열)는 충돌과 협력으로 이야기의 줄기를 만들어가는 두 기둥이다. 최근 두 배우가 각각 온라인 인터뷰를 가졌다. 같은 취지의 질문에 대한 두 사람의 답변을 모아 재구성했다.

◇정통 법정 드라마, 어떻게 세계에 통했나

한국 제작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에 소년범을 혐오하는 소년법원 판사 심은석으로 출연한 배우 김혜수. /넷플릭스

‘소년심판’은 K드라마가 좀비·크리처물이나 로맨스 등 전통적 강세 장르 뿐 아니라 정통 법정물로도 세계 시청자에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한 성취다. 이 드라마는 특히 일본 등 아시아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혜수는 “세계 공통으로 관심을 갖는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소년범죄는 꼭 우리 사회만의 문제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소년범죄에 대한 관심이 최근 크지 않았나 생각해요.”

김무열도 “소년범죄의 문제는 각기 다른 문화적 특성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당연히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하다”고 했다. 그는 동시에 한국 콘텐츠가 가진 공통점으로 “정서를 다루는 방식의 차별성”을 꼽았다. “좀비물인 ‘지우학’이나 다른 로맨스, 오피스 드라마도 정서에 접근하는 방식이 우리 드라마는 디테일을 꼼꼼히 챙기는 것 같습니다. 그걸 신파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신파로 다가가기 위한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소년심판’ 역시 소년범죄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하려 노력하는 동시에 정서적 흐름을 꼼꼼히 챙기는 드라마입니다.” 등장인물의 행동과 태도에 깔린 배경, 정서적 이유 같은 것에 집중하면 빠른 속도와 자극적 영상의 마니아 취향 장르물과 달리 전개가 느리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과감하게 그 길을 선택하고 빠짐없이 그 빈틈을 메꾸고 충족시키려고 노력”했고, “그 부분이 세계 시청자들에게 좀 다르게 전달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해석이다.

◇일방적 분노·슬픔 아닌 있는 그대로의 소년범죄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오른쪽)와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을 믿는 판사 차태주(김무열) 캐릭터는 충돌하고 때로 협력하며 드라마 '소년심판'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개의 엔진이다. /넷플릭스

‘소년심판’은 어린이 살해 사건, 집단 성범죄, 청소년 보호시설, ‘가출 팸’과 원조 교제, 학교 시험지 유출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마지막에 늘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개별 사건을 깊이 파고들되, 일방적 분노나 슬픔을 넘어 보편적 메시지를 캐내려 노력한다. 방치된 청소년들의 외로움, 범죄의 뿌리에 있는 가난과 가정 폭력, 보호·교화 종사자들의 헌신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순진한 온정주의를 경계하며 소년 범죄의 흉폭성이 지금의 제도로는 감당 못 할 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진실도 정면으로 마주한다.

김혜수가 연기한 심은석 판사는 소년범과 소년범죄에 냉철하게 접근하는 인물. 범죄를 혐오하되 그 실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이면의 실체가 무엇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고민하며 고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려 노력한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단 한 순간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말과 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하는 방식 등을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서 있을 기운이 없을 때까지 준비하고, 현장에서 다 쏟아내 촬영하고 나면 다시 준비하고 촬영하고…. 그 과정을 촬영 6개월간 반복했어요. 제대로 잘 만들어져서, 드라마로서 흥미 뿐 아니라 그 뒤 의미까지 발견하도록 하고 싶다는 의지가 컸기에 버틸 수 있었어요.”

김무열은 “소년범죄에 대해 나름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피상적이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소년법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과 아이들 모습을 보며 그 고민이 더 많아지고 무거워졌다”고 했다. “똑부러진 답을 낼 수가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사회 전반의 복합적 문제를 다 떠안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고. 그럴수록 우리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캐릭터 안에서 전달하자고 했죠. 그러면 우리 생각, 작품에 담긴 무거운 고민을 관객 분들과 나누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요.” 그는 “중심인물인 네 명의 판사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여주고, 소년범과 피해자, 그 가족들 모두를 비추며 균형잡힌 시각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도 했다.

◇시청자에게 낯선 배우들 열연이 극적 사실감 높여

아픈 개인사를 간직한 채 형처럼 소년범들을 교화하고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차태주 판사 역의 배우 김무열. /넷플릭스

소년범을 맡은 젊은 배우들의 열연도 극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대부분 연기 경험이 거의 없거나 아예 처음인 젊은 배우들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 김혜수는 “소년범 뿐 아니라 가해자 피해자 가족 연기하신 분들도. 사실 4명의 판사를 제외하면 시청자에게 낯선 생경한 인물들이었다”고 했다. “감독님이 소년범죄와 관계된 인물들의 현실성 높이려 일부러 시청자에게 많이 노출되지 않은 분들 중에 실력있는 분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찾아내셨어요. 그 집요한 노력과 끈기에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김무열도 “이야기 자체가 저 개인에게 주는 충격도 컸는데 소년범들 연기를 보면서 느낀 충격도 상당했다”고 했다. “연기하는게 처음인데, 유사한 사례들에 대해서 논문까지 찾아가면서 공부를 해온 친구도 있었어요. 자기가 연구한 인물에 대해 막힘없이 얘기할 때 깜짝 놀라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김무열은 “아파트에서 벽돌을 던져 아이가 죽은 사건에서, 김혜수 선배가 연기한 심은석 판사가 피의자들이 웃고 떠들며 법정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법이라는게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둘러싸고 있지만, 개개인의 사정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빈틈이 있다는 것. 또 법이라는 테두리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인 판사도 그 앞에서 때로는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는 걸 생각했어요. 그 눈빛이 잘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 작품을 연기하며 소년범죄 문제를 깊숙이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심은석 판사의 그 표정을 봤을 때 내가 이해하고 알았던 것보다 더 깊고 복잡한 문제라는 걸 절감했어요.”

김혜수도 “범죄와 선고 결과만 보며 판사를 비난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작품 통해 법적인 허용치와 판사들의 치열한 고민 얘기를 들으면서 법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법관들이 얼마나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 갖고 일하시는지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했다.

◇”소년범, 재발률 높지만 변화의 진폭도 크다”

아픈 개인사를 간직한 채 형처럼 소년범들을 교화하고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차태주 판사 역의 배우 김무열. /넷플릭스

김혜수는 “촬영하고 완성된 드라마를 보면서 일시적으로 타올랐다가 사라지는게 아니라, 이 문제에 지속적 관심을 가지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아이들 교화와 선도를 담당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소년범죄는 재발률이 굉장히 높지만, 반면 아이들이기 때문에 정말 많이 변화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소년범죄와 성인범죄의 차이점이 여기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그는 “소년범죄를 대하는 어른의 태도가 어때야 한다는 말은 저도 할 수 없고, 이 작품도 그런 의도가 아니다”면서도 “이 작품을 하기 전과 후 내 자신의 생각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도 했다. “범죄에 대해 분노하고 혹은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는 감정적 접근, 내 자신 소년범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편협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부부가, 부모와 자녀가, 친구들이 소년범죄와 현행 법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이고, 드라마 제작팀이 바랬던 모습 아닌가 싶어요.”

김무열도 “저도 극단적이고 근거없는 자기 주관적 입장이 있었다. 분노하고 분개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20여명 판사가 년 3만여명 소년범을 처분하는 시스템 과부하의 문제를 알게 됐어요. 보호시설과 수용시설이 얼마나 취약하고 모자라는지, 또 소년범죄 뿌리에 있는 가정폭력 같은 문제에 사회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도요. 끔찍한 일들에 엄정한 법적 잣대를 들이댄 뒤, 소년범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정말 포괄적이고 방대한 문제였어요. 함께 조금씩 고민하며, 엉켜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