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 내 임시기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2022.3.5/뉴스1

어젯밤 코로나 확진자의 사전투표 관리 부실은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시계바늘을 1960년대로 되돌리는 역사의 퇴행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의 제1원칙은 비밀성의 보장이다. 투표용지를 밀폐되지 않은 용기에 투입하거나 보관하는 경우, 그리고 참관인 봉인이 없는 상태로 이를 이동할 경우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될 우려가 매우 높다. 부정선거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1960년 대통령·부통령을 뽑는 3·15선거에서 이런 사례가 공공연하게 드러났기에 자유당 정권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고,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확진자 100만명은 20대 대선 유권자 총수 4419만 7692명의 2.26%나 되는 숫자다. 양당 후보의 지지율이 2~3%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박빙의 상황에서 확진자들의 투표용지 관리가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먼저 단순 관리업무 부실 가능성이다.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고 확진자가 하루 20만명을 넘어서면서 방역체제가 무너지고 선관위의 무능이 결합되면서 생긴 우발적인 사태일 가능성이 높다. 부정투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사태일 가능성이다. 마지막으로 투표 관리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빌미로 선거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려는 의도도 생각할 수있다.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는 "코로나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은 60여년전 3.15부정선거를 연상시키는 역사의 퇴행"이라면서 "선거관리가 이처럼 부실한 때일수록 유권자들은 빠짐없이 투표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한국 정치학회장을 지낸 정치학계 원로다.

◇9일 본 선거, 확진자 투표권 확실히 보장해야

중요한 사실은 이번 선거가 무효화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특히 3월9일 선거일 투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진자들의 투표는 비확진자 투표가 끝난 후에 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실내투표소에서 하도록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투표시간을 연장해서라도 확진자에게 투표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줘야한다. 확진자 투표관리 문제로 인해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된 선관위는 이런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와 별도로 수사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을 물어야한다.

◇사전 투표함, 먼저 개표를

사전투표의 문제점도 따져봐야 한다. ①기본적으로 사전투표는 선거일에 투표를 할 수 없는 유권자의 사정을 고려해 만든 제도로 예전의 부재자투표와 같은 제도다. 지금은 공직선거법상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사전투표를 하고 선거일 날 쉬는 쪽으로 활용된다.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②지난 총선의 경우, 투표지분류기에서 사전투표만 유독 오류가 발생하여 공정성을 의심받는 사례가 많았던 것도 문제다. ③사전투표함을 당일 투표함을 모두 개봉한 후 새벽 무렵 참관인들의 긴장이 느슨한 상황에서 개봉하는 것도 논란을 키운다. 참관인들이 자리를 지키지 않고 귀가하는 경우도 많아 의혹이 증폭된다. 사전 투표의 투명성을 높이기위해 이번 대선 개표과정에선 사전투표함을 먼저 개봉하고 참관인들이 개표가 완전히 끝나기 이전에 자리를 뜨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④지난 총선 이후 사전투표함의 봉인 및 관리 부실이 제기됐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지 않고 그대로다. 선관위는 앵무새처럼 불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시민사회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데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⑤사전투표율을 사후 검증할 수 있는 유권자 명부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것 역시 지난 총선 이후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게 없다.

◇여당에 유리한 선관위 구성, 이래도 좋은가

선관위 구성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선관위에 판사들이 들어오는 것도 비정상이다. 선관위는 행정기관일뿐인데, ‘사법부가 왜 들어오는가’라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없다. 판사를 내세움으로써 선관위가 공정한 듯한 이미지를 주고, 또 선관위에 유리하게 재판거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은 선관위를 여야가 5 대 5 동수로 구성한다. 우리는 법원, 대통령, 국회 몫으로 구성하면서 결국 여당에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적어도 OECD 국가에선 이런 사례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