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사교계를 뒤흔든 실제 사기 사건에 바탕을 둔 드라마 ‘애나 만들기’에서 주인공 애나 델비를 연기한 배우 줄리아 가너. ‘오징어 게임’ 이전까지 넷플릭스 역대 시청 가구 수 1위였던 ‘브리저튼’의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가 제작했다. /넷플릭스

“난 성공을 위해 노력했어. 내 성취는 내 노력의 대가야. 내 얘기에 집중해봐. 혹시 알아? 너도 나처럼 똑똑해질지. 아마 안 되겠지만, 꿈은 클수록 좋은 거니까.”

2010년대 중반, 애나 델비(줄리아 가너)는 미국 뉴욕 사교계의 수퍼스타였다.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독일 백만장자 상속녀. 거침없는 언변, 명품 옷, 고급 식사와 호텔, 자가용 비행기. 화려한 ‘셀카’로 사람들을 홀릴 줄 아는 소셜미디어 최적화 셀러브리티. 하지만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 패션, 예술, 부동산, 금융, 테크기업의 뉴욕 최상류층 인사들이 그의 거짓말에 앞다퉈 돈을 뜯겼다. 드라마 속 델비는 시청자를 향해 말한다. “난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애나 델비는 걸작이야.”

실화 기반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가 글로벌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질주 중이다. 지난 13일 ‘지금 우리 학교는’의 ‘15일 천하’를 끝낸 뒤 7일째 정상이다. 자신만만한 뉴욕의 미녀 사기꾼이 폭주하던 K좀비를 밀어낸 것이다.

애나 델비의 본명은 애나 소로킨, 2017년 검거 때까지 약 4년간 피해액은 우리 돈 3억원을 조금 넘는 27만5000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대중은 잘나고 고고한 뉴욕 상류층이 델비의 거짓말에 속절없이 당했다는 이야기에 열광했다. 드라마는 형무소에 수감된 델비를 면회하며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여기자 비비안 켄트(애나 클럼스키)의 이야기를 오가며 사기 행각을 흥미진진하게 재연해나간다. 델비 역의 줄리아 가너는 ‘오자크’ 시리즈로 2년 연속 에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검증된 배우. 오묘한 악센트의 영어로 아메리칸 드림을 좇던 외국 여성 혹은 자기 확신 속에 사는 소시오패스라는 델비의 양면성을 표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자 켄트 역의 애나 클럼스키는 어린 시절 영화 ‘마이 걸’에서 매컬리 컬킨의 첫사랑 소녀였던 바로 그 배우다.

‘어쩌면 그녀는 돈이 너무 많아서 그 감각을 잃어버렸는지도 몰라(Maybe She Had So Much Money She Just Lost Track Of It)’라는 제목의 2018년 뉴욕 매거진 제시카 프레슬러 기자의 기사가 이 시리즈의 기반. 미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 차트비트에 따르면, 이 기사는 2018년 이 업체가 분석한 전세계 약 6000만 건의 기사 가운데 가장 많이 본 기사 순위 6위였다.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 판권 대가로 실제 인물 애나 소로킨에게 32만달러를 지불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자신의 사기 이야기를 팔아 저지른 사기 피해액보다 오히려 더 큰돈을 챙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