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시네마 클래식’은 영화와 음악계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는 ‘이야기 사랑방’입니다. 전·현직 담당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취재 뒷이야기와 걸작 리스트 등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두 권의 영화책 이야기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터뷰를 묶은 ‘스필버그의 말’과 배우 윌 스미스의 자서전 ‘윌’입니다.

스필버그의 말. 마음산책

◇스필버그의 말

스티븐 스필버그 지음|이수원 옮김|마음산책|500쪽|2만5000원

천하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남의 촬영장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그는 10대 시절 앨프리드 히치콕(1899~1980) 감독의 영화 ‘찢어진 커튼’ 세트장에서 쫓겨났고, 영화 ‘죠스’ 개봉 직후에도 ‘가족 음모’ 촬영장에서 쫓겨났다. 스빌버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당시 히치콕은 내게 등을 돌린 채 앉아서 촬영 현장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침입자를 감지한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게 히치콕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갔을 때”라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스필버그는 10대 시절부터 여름 방학마다 유니버설 촬영장에 몰래 들어가서 지근거리에서 현장을 지켜보았던 경험이 있었다.

스필버그의 인터뷰 20여 편을 묶은 책. 인터뷰는 특정한 시점과 상황에서 진행되지만 쌓이면 역사가 된다는 점이야말로 인터뷰집의 매력이다. 이 때문에 현재를 종착점에 놓고서 역순으로 과거를 되짚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필버그의 경우에도 1970~1980년대 ‘조스’와 ‘E.T.’ ‘인디애나 존스’ 같은 히트작을 내면서 거장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듯한 묘미가 있다.

반대로 성공을 거둔 뒤에는 자기 반복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모습도 가감없이 드러난다. 그는 “영화 ‘죠스’ 이래 나는 사람들의 기대가 주는 압박과 더불어 살아야 했다”고 고백한다. 그런 점에서 감독의 반 세기 영화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은 아마도 책에 실려 있는 이 답변일 것이다. “난 ‘인디아나 존스’ 이후 영화를 만들 때마다 마치 다른 감독이 만든 것처럼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매번 새로운 주제를 다룰 때마다 시선을 재창조하려고 노력했어요.”(393쪽)

북스 '윌'. 알에이치코리아

◇윌(Will)

윌 스미스·마크 맨슨 지음|김나연 옮김|알에이치코리아|580쪽|2만2000원

배우 윌 스미스는 애초에 영화 ‘맨 인 블랙’ 출연을 거절했다. 전작들과 이미지가 겹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작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보내준 헬기를 타고 감독 집으로 날아가 대화를 나눈 뒤 결국 스미스는 마음을 돌렸다. 당시 스필버그가 추천한 책이 동서양 신화에서 영웅의 원형을 탐구한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었다. 훗날 스미스는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에 이어서 내 인생의 두 번째 책이 되었다”고 술회했다.

스미스의 자서전인 이 책 제목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그의 이름이라는 고유명사와 ‘의지(will)’를 뜻하는 보통 명사다. 이 중의적 제목은 그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의 책은 유쾌한 흑인 배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사례로 가득하다. 유년 시절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대한 솔직한 고백에서 출발한다. 그 뒤 대학 입학 자격시험(SAT)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도 힙합 음악인이 되려고 진학을 포기한 사연으로 이어진다. 결국 19세에 발표한 데뷔 음반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면서 성공을 거둔다.

책의 전반을 요약하는 단어가 성공이라면, 후반은 고통일 것이다. 후속 음반의 참패와 고액 체납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그의 삶은 급전직하한다. 하지만 배우로 두 번째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윌 스미스의 모습이 완성된다. 출판사는 이 책을 ‘자기 계발서’로 분류했다. 타인의 삶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자기 계발이라면 이보다 어울리는 분류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