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성 사상가 시몬 베유(1909~1943)의 저작 세 권이 한꺼번에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최근 번역 출간됐다. ‘중력과 은총’(문학과지성사),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리시올), ‘신의 사랑에 관한 무질서한 생각들’(새물결)이다. 20세기 초 사회와 삶, 종교 등 여러 주제에 관한 생각을 밝힌 책들이다. 원작자가 사망한 뒤 70년이 지나면 저작권은 소멸해 누구나 출판할 수 있다. 34세의 일기로 79년 전 세상을 떠난 프랑스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서 소환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연주 문학과지성사 편집자는 베유의 매력을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의 표현으로 대신했다. “그녀는 모든 아웃사이더들의 수호성인.” 시몬 베유는 ‘철학자’ ‘노동운동가’ ‘혁명가’ ‘종교학자’ 같은 수식어를 여럿 거느릴 만큼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철학을 전공해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노동운동에 투신해 공장 노동자로 살았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 때 무정부주의 세력에 합류해 전쟁을 치렀고, 이후 종교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종교 글을 썼다. 1940년대 드골이 이끄는 망명정부에 참여했고, 사후에 출간된 여러 글들은 알베르 카뮈, 앙드레 지드, T.S 엘리엇 등 2차 대전 이후의 지성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받는다. 김 편집자는 “베유는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임하면서 소외 계층에게 관심을 쏟았다”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대결하는 태도는 이 시대 여성을 비롯해 소수자에게 훌륭한 롤 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베유는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에서 인간은 자아를 가진 탓에 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한다. 인간은 힘을 소유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힘에 종속돼 눈먼 상태에 빠진다고 경고한다. 김재훈 리시올 편집자는 “베유는 세계대전과 노동의 처참함, 냉전의 대두, 영혼의 황폐화 등 20세기 초 여러 혼란 속에서 불꽃같은 삶을 산 인물”이라며 “힘과 권력을 숭배하는 현실을 질타하는 그의 사상은 ‘선한 영향력’을 강조하는 요즘 시대에도 여전한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