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리저렉션

달라진 건 감독의 성별(性別)만이 아니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를 연출한 워쇼스키 형제 감독은 2000년대 나란히 성전환 수술을 해서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 래리(56)와 앤디(54)라는 형제의 이름도 라나와 릴리로 바뀌었다.

22일 개봉하는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이들 감독의 성전환 수술 이후 다시 시리즈로 복귀한 네 번째 영화. 첫 작품인 ‘매트릭스(1999년)’ 이후 22년만, 마지막 3편인 ‘매트릭스 레볼루션(2003년)’ 이후 18년 만의 부활이다. 언니가 된 라나 워쇼스키가 이번 작품의 감독·각본·제작을 도맡았다.

주연 네오 역으로 시리즈에 돌아온 배우 키아누 리브스(57)는 최근 영상 인터뷰에서 라나의 연출 스타일 변화로 말문을 열었다. 리브스는 “예전에는 그녀가 인공 조명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자연광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 예전에는 꼼꼼하게 모든 리허설을 마친 뒤 촬영하는 편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별다른 리허설 없이 곧바로 촬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영화‘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이전 3부작을 충실히 따라가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하지만 후반에는 오토바이 질주를 비롯해 시리즈 특유의 호쾌한 액션 장면이 쏟아진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터뷰에서 리브스는 감독에 대해 꼬박꼬박 ‘그녀(she)’라고 불렀다. 리브스는 “‘촬영을 하면서 배운다(We learn by doing)’는 것이 그녀의 모토였다. 예전에는 감독이 모니터 뒤에 있었다면 지금은 카메라 곁에서 촬영 현장을 지켜본다. 완전히 달라진 작업 방식 때문에 스릴이 넘쳤다”고 말했다.

이번 네 번째 매트릭스에는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54)가 나란히 네오 역과 트리니티 역으로 합류했다. 이 시리즈는 2~3편이 나올 때에도 ‘리로디드(Reloaded)’와 ‘레볼루션(Revolution)’이라는 알파벳 ‘R’자 돌림을 영민하게 활용했다.

이번에도 ‘부활(Resurrection)’이라는 제목을 내걸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지난 3부작을 통째로 ‘복습(Review)’하는 편에 가깝다. 3부작의 주요 장면들을 알뜰살뜰 재활용하는 건 물론, 제퍼슨 에어플레인·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같은 록 밴드들의 영화 삽입곡도 다시 흐른다. 왕년의 팬이라면 추억을 환기시키겠지만, 자칫 상영 시간(2시간 27분) 내내 기시감이 가시지 않을 수도 있다. 리브스는 덥수룩한 수염과 어깨까지 닿을 듯한 장발 때문에 흡사 ‘존 윅’의 주인공이 매트릭스 안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매트릭스의 전매특허인 후반부 액션 장면의 물량 공세는 여전히 인상적이다. 트리니티 역을 맡은 모스는 영상 인터뷰에서 “촬영 당일을 ‘중요한 날(big day)’이나 ‘큰 경기(big race)’라고 생각하고 오랫동안 운동선수처럼 훈련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몇몇 스턴트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액션은 직접 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트릭스 1~2편을 촬영할 당시 무릎과 발목 부상을 겪기도 했다. 앤 모스는 “이 시리즈 때문에 유난히 부상이 많았지만 오히려 철저하게 대비하고 훈련하는 법을 배웠으니 배우로서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매트릭스 전후로 가장 달라진 점은 뭘까. 마지막으로 두 배우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 자체가 내 인생의 큰 변화였다.”(리브스) “서른 무렵부터 키아누 같은 스타들을 지켜보면서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경험이 자신감을 심어줬다.”(모스) 인터뷰는 별도로 진행했지만, 사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둘의 대답은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