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아이들 방에서 이금이의 장편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보고 읽은 적이 있다. 꽃들이 많이 등장해 서정적이면서도 아이들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내 잔잔한 울림을 주는 동화였다. ‘쉽고 적확한 어휘를 사용한 간결한 문장’도 참 좋았다. 그 작가가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낸 것을 보고 믿고 읽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100여 년 전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들과 사진결혼을 했던 ‘사진신부’들 이야기다. 1903~1905년 한인 7200여명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기위해 이민을 갔다. 대다수가 독신 남자였던 이들은 가정을 꾸리기위해 사진결혼을 택했다. 조국으로 자기 사진을 보내 배우자를 구한 것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일본의 지배를 받는 게 싫어서, 가난과 여자에게 주어진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서, 여자도 공부할 수 있다고 해서 모험을 택한 사진 신부는 1000여명이었다”고 했다.

소설 주인공은 사진 한 장에 운명을 걸고 낯선 땅으로 떠난 경상도 김해 출신 열여덟 살 버들이다. 버들의 남편은 중매쟁이가 말한 지주가 아니었고 같은 처지인 홍주와 송화의 남편은 사진보다 스무 살은 더 늙어 보였다. 이들은 그러나 ‘깨진 꿈을 슬퍼하고 한탄할 겨를도 없이 주어진 삶을 살아 내야 했다’. 사탕수수밭 농장에서 시작한 이들은 세탁, 바느질, 가정부 등을 거쳐 자립하고 자식들을 키운다.

여성들은 험난한 이민 생활을 연대와 믿음으로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하와이 이민사회는 이승만파와 박용만파로 나뉘어 반목하는 경우도 있었다. 버들의 남편은 박용만파여서 가족들도 다수인 이승만파의 따돌림을 당하는데, 이 즈음 버들이 ‘뿌리 내린 가지들이 서로 기대듯’ 서로 어울려 사는 삶을 그리워할 때 반얀트리가 나오고 있다. 반얀트리는 하와이에 흔한 나무다.

<여왕의 눈물인 듯 갑자기 스콜이 쏟아졌다. (중략) 정호를 업은 버들은 뻗어 내린 가지들로 작은 숲을 이룬 반얀트리 아래로 들어섰다. 무성한 잎이 우산처럼 펼쳐져 굵은 빗줄기는 피할 수 있었다. 비 맞은 나무는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냈다. 버들은 뿌리 내린 가지들이 서로 기대듯 옹기종기 붙어 있는 나무가 부러웠다. 엄마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정호는 잎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는 게 재미있는지 출썩거렸다. 여느 때처럼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뜨자 버들은 습관적으로 좋은 일이 생기길 빌었다.>

반얀트리(Banyan tree)는 하와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진 민미정 백패킹 여행가

이 대목만 아니라 ‘버들도 그곳(와히아와)으로 가고 싶었다. 서로에게 기댄 채 어우러져 자라는 반얀트리의 가지처럼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살고 싶었다’, ‘홍주는 반얀트리 가지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었다. 버들이 그리워하던 삶이었다’ 같은 문장에서도 반얀트리가 서로 의지하며 어울려 사는 삶의 상징으로 나오고 있다. 요즘 용어로 하면 ‘워맨스(womance)’를 반얀트리에 담은 것이다.

반얀트리(Banyan tree)는 호텔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인도가 원산지인 뽕나무과의 큰키나무다. 높이 30m 정도까지 자란다. 이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한 그루에서 끊임없이 가지가 퍼질 뿐만 아니라 한 가지에서 여러 개의 뿌리가 나와 땅에 닿으면 뿌리가 내리고 가지가 굵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무 한 그루가 여러 그루가 뭉쳐 자라는 것처럼 작은 숲을 이룬다. 하와이나 동남아 등 열대·아열대 지방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앙코르 와트 유적을 뿌리로 감싸고 있는 거대한 열대나무가 반얀트리다.

우리나라에서는 반얀트리가 큰 나무로 자란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반얀트리와 같은 나무는 많이 있다. 관엽식물로 키우는 벵갈고무나무(Ficus benghalensis)가 반얀트리와 같은 나무다. 동남아에서 반얀트리 가지를 잘라서 가져와 관엽식물로 만들어 키우는 것이 벵갈고무나무다(이내증 미림개발 대표). 이 실내 관엽식물이 생육 조건이 맞으면 하와이·동남아에 있는 거대한 반얀트리처럼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무화과나무속(Ficus) 나무들은 가지에서 뿌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대만과 중국 남부에서 볼 수 있는 대만고무나무(Ficus retusa)는 차이니즈 반얀트리라고 부른다.

관엽식물 벵갈고무나무. 반얀트리와 같은 나무다.
줄기에서 뿌리가 내리는 대만고무나무. 차이니즈 반얀트리라고 부른다. /이내증 미림개발 대표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이금이 소설답게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이 대단한 소설이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 소설이 우리만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우리 곁에 있는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민 여성들의 삶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