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언론고시의 계절이다. 따지고 보면 그저 한 회사의 입사 시험일 뿐인데 ‘고시’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겠다. 회사마다 직종마다 기준도 다르고, 시험의 형태와 내용도 매해 바뀌니까.

특히나 제작PD 시험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다짜고짜 주어지는 키워드로 뚝딱 프로그램 기획안을 써내기도 하고, 처음 본 이들과 힘을 합쳐 발표를 하기도 한다. 창작자로서 어떤 장점과 가능성이 있는지, 수많은 스태프와 출연자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지 등을 짧은 시간 안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방송국도 전형 방식을 무척 고심해 준비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라떼’의 입사 시험은 ‘오징어게임’처럼 극단적인 구성이 섞여 있었다. 최종 면접 직전 단계인 합숙 평가 첫날. 단체 토론과 기획안 발표 등으로 짜인 평범한 하루가 끝나자 심사위원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저녁식사가 시작됐다. 심사위원이 건네는 인생 첫 ‘양폭(양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누가 누가 더 잘 마시나’의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마시게 됐다. 왠지 안 그러면 사회성이 떨어져 보이거나, 경쟁자들 사이에서 기세가 꺾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문제는 다음 날 새벽. 구보와 등산이 시작됐다. 이를 악물고 네 발로 기다시피 해서 겨우겨우 완주를 했는데 휴... 그다음 순서가 당시 유행하던 서바이벌 게임이라 문자 그대로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난 그저 PD가 되고 싶을 뿐인데 왜 땡볕 아래 물감 총을 쏘고 있는 건가!

황인영 TV조선 예능국장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성 제작 PD가 많지 않던 당시 이례적으로 많은 여성 지원자가 최종 평가에 올라오니, 제작 현장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정말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돼 체력적으로 힘든 코스를 추가한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실제로 늦은 시간까지 뒤풀이를 하고도 다음 날 아침 촬영장에 제일 먼저 나가 준비를 해야 했던 조연출 시절엔 동기들과 ‘이래서 그런 시험을 봤나 보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제작 현장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 추진력과 리더십, 트렌드를 읽는 센스, (여전히 중요한) 체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유연한 소통 능력 또한 중요해졌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결국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과 공동 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그야말로 ‘사람 냄새 나는 직업’이 제작PD이기 때문이다.

칼럼이 게재되는 다음 날, TV조선의 제작PD 면접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동료들을 만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전형을 준비했으니 모두 자신의 실력과 매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오징어게임’은 준비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