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축구 예능 ‘골 때리는 여자들’에서 배우 박선영(앞줄 맨 오른쪽)이 다른 여성 출연진을 제치고 단독 드리블을 하고 있다. /SBS

한국 예능의 미래를 묻거든 ‘언니들’과 ‘몸싸움’을 지켜보라 하라.

최근 시즌 2를 시작한 ‘노는 언니’(E채널), ‘골 때리는 그녀들’(SBS), ‘스트릿 우먼 파이터’(Mnet) 등 여성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여성 예능은 어렵다”는 방송계의 해묵은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 격렬한 구기 종목과 춤으로 몸싸움을 벌이고, 남자들에게도 생소한 ‘암벽등반’을 체험하는 여성 예능을 통해 예쁜 척하기보다 도전하는, 건강미를 발산하는 이미지가 새로운 여성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역대 예능 중 가장 많은 여성 연예인이 고정으로 출연하는 예능”(36명)으로 불리는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성 연예인이 축구팀을 만들어 리그전을 벌인다.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여성 모델 한혜진, 예능인 신봉선, 배우 최여진 등이 좌충우돌한다. 지난 설 특집으로 시작해 정규 편성됐다. 목숨 걸고 공을 차는 출연진들 모습이 예상 밖의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최근 시즌 2에 들어갔는데 4주 연속 수요일 예능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수에 가려졌던 여성 백댄서들의 춤 배틀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TV화제성 지수 6주 연속 1위를 하고 있다. ‘모니카’ ‘립제이’ ‘노제’ ‘효진초이’ 등 업계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름도 생소했던 이들이 연일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일부 출연진의 학폭 논란, 인성 논란 등 자잘한 잡음도 터져 나왔지만 퍼포먼스 앞에서는 잡음일 뿐이다. 댄스 크루(팀)의 끈끈한 정, 건강한 승부욕,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면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엠넷은 ‘스우파’가 성공하자 스핀오프 예능으로 ‘스트릿 걸스 파이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스우파 출연진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10대 여고생 댄서를 발굴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이런 트렌드의 시작을 알린 것은 지난해 8월 시작한 E채널의 ‘노는 언니’. 박세리(골프), 한유미(배구), 정유인(수영) 등 여자 운동선수들이 주 종목 스포츠 대결을 펼치거나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유쾌하게 전달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시즌 2를 시작하며 2년째 방송되고 있다.

그간 방송가에서는 ‘여성 출연진은 망가지려 하지 않는다’며 여성 예능 성공은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노는 언니’ ‘골때녀’ ‘스우파’ 등에서 여성 출연진은 몸을 쓰면서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기존 틀에 갇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과거 예능 제작자들은 ‘여성이 출연하면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간주해서 여성 캐릭터를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밋밋한 캐릭터로 소모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최근 예능은 ‘예쁜 척’이나 ‘센 척’이 아니라 도전 자체에 진지하게 몰두하는 ‘진짜 여성’을 보여주니 여성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