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1)이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를 출간했다. 2016년 ‘흰’ 출간 이후 5년 만의 신작.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강은 “제주 4·3사건을 그린 소설이자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신작 소설은 지난달 말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온라인 서점 알라딘 전체 베스트셀러 3위, 예스24 16위에 오르며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자’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보여줬다.
소설에서 기자인 주인공은 제주도에 사는 친구 어머니를 만나면서 1948년 제주 4·3사건의 기억을 공유한다. 배경은 제주와 경북 경산을 가로지르고, 시간은 반세기를 흘러간다. 꼼꼼한 취재와 담담한 필치, 시적인 감수성 등 한강의 문장과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한강은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도 문을 닫아 제주 4·3사건을 다룬 단행본을 구해서 주로 읽었다”며 “영상과 영화, 책들을 보며 제주 방언을 익히고 과거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역사적 상처를 들여다본다는 면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전작 ‘소년이 온다’(2014)를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발표한 이후 악몽을 계속 꾸었다”고 했다. 이번 소설도 악몽에서 탄생했다. 눈 내리는 벌판에 검은 통나무가 묘비처럼 심어져 있는 꿈을 꾼 뒤, 제주에서 월세를 얻어 살 때 주인집 할머니가 들려줬던 학살에 관한 이야기를 연결시켰다. 한강은 “과거 작품에서 악몽과 죽음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이번 소설은 오히려 고통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작가는 그럴 수 있는 힘으로 “사랑”을 말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을 ‘소년이 온다’ 이후로 하게 됐고, 이 소설을 쓰면서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 사랑은 내 삶만을 사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삶까지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에 대해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
친구의 어머니가 경험했던 과거의 끔찍한 기억은 현재의 주인공에게까지 실처럼 이어진다. 작가에게 상처는 계속 아파하면서 자꾸 들여다봐야 낫는 것이다. 친구 손가락이 잘리는 소설 속 장면이 작품 주제를 은유한다. 그는 “잘린 손가락을 봉합할 때는 신경도 연결해야 한다. 잘려나갔던 부분을 썩지 않게 하기 위해선 환부에 계속 상처를 내어 피가 흐르게 하고, 전류가 흐르게 하고, 생명이 흐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고통스럽지만 상처에 계속 바늘을 찔러 넣어야 살게 된다. 결국엔 우리가 껴안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껴안는 것이 죽음 대신 생명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