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1)이 제주 4·3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흰’ 이후 5년만의 신작. 7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강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며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기자인 경하가 제주도에 사는 친구 어머니를 만나면서 1948년 제주 4·3사건의 기억을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역사적 상처를 들여다본다는 면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와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보인다. 소설의 배경은 제주에서 경산까지, 시간은 반세기를 넘긴다. 꼼꼼한 취재, 담담한 필치, 시적인 감수성 등 ‘한강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하는 한 도시에서 벌어진 학살을 다룬 소설을 2014년 발표한 이후 악몽에 시달린다. ‘소년이 온다’를 발표한 실제 한강과 겹쳐 보인다. 한강은 “소설 속 주인공이 나와 같진 않지만,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장편 소설을 발표한 다음 실제로 악몽을 꾸었다”고 했다. 그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이 소설을 쓰면서 이상하게도 스스로 많이 회복됐다”며 “이전 소설에서 악몽이나 죽음이 깊이 제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이번 소설은 오히려 고통으로부터 나를 구해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을 ‘소년이 온다’ 이후로 하게 되었고 이 소설을 쓰면서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번 소설은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지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했지만, 이후 후반부를 집필하고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한강은 작가의 말에서 “2014년 6월에 첫 두 페이지 썼고, 2018년 그다음 이어 쓰기 시작했으니 이 소설과 내 삶이 묶여 있던 시간을 7년이라고 해야 할지 3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나 자신도 과연 완성할 수 있는 소설인가 의문을 품었다”며 “오랜 시간 동안 썼기에 하나의 물성을 가진 책을 내 손에 쥐어졌다는 게 감사하고 뭉클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상처는 계속 아파하면서 들여다봐야만 치유되는 것이다. 소설 속 친구의 손가락이 잘리는 장면도 실제 경험에서 나왔다고 했다. 한강은 “손가락을 봉합했을 때, 신경도 연결해야 한다. 봉합 부위에 계속 상처를 내어 피가 흐르게 하고, 전류가 흐르게 하고, 생명이 흐르게 해야 낫는다. 그렇지 않으면 잘려나갔던 부분이 썩어버린다” 고 말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환부에 계속 바늘을 찔러 넣어야 살아있게 됩니다. 결국엔 우리가 껴안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껴안는 것이 죽음 대신 생명으로 가는 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가 한강 인물사진./전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