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의 신곡은 정도가 너무 심했다. 누가 봐도 ‘도자캣’ (따라 하기) 아닌가.”
지난달 7일 걸그룹 ‘소녀시대’의 리더 태연이 발표한 신곡 ‘Weekend’과 뮤직비디오를 시청한 음악평론가 이대화씨는 소셜미디어에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이 노래가 미국 팝스타 ‘도자캣’의 음악 스타일과 뮤직비디오 콘셉트와 너무 흡사하단 지적이었다. ‘Weekend’는 복고풍의 디스코 댄스곡이고 뮤직비디오는 분홍색과 보라색을 많이 쓴 몽환적 이미지를 내세웠다. 이 평론가는 “노래 스타일은 도자캣의 ‘Say So’를 연상시키고, 뮤직비디오는 다른 곡 ‘Kiss Me More’의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많이 참고한 것 같다”며 “심지어 태연의 창법도 도자캣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국내외의 K팝 팬들이 많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 평론가와 같은 지적을 하는 글들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하지만 “도자캣의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표절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멜로디가 완전히 다르다”, “디스코 장르 특성상 비슷하게 들리는 것일 뿐”이라는 등 반론도 만만치 않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그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표절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판정도 어려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 논쟁도 치열하게 벌어진다. 지난 3월부터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 ‘엽사:요괴사냥꾼’이 그런 사례다. 이 웹툰은 일본 만화 ‘귀멸의 칼날’의 설정을 베꼈단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을 잡아먹는 요괴를 잡으러 다니는 사냥꾼들 이야기이고, 주인공인 10대 소년이 후각이 좋고 지게를 지고 다닌다는 점, 괴물과 사냥꾼 모두 독특한 초능력을 쓴다는 점 등이 유사하단 것이다. 매주 연재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표절 비난 댓글이 수백개씩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네이버나 해당 작품 작가가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연재를 이어가는 중이다.
장르마다 다르지만 표절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은 어느 정도 확립돼 있다. 대중음악의 경우 4마디 이상 멜로디가 동일하면 일단 표절로 판단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표절 의혹이 불거지는 콘텐츠들은 그런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작년 말에 낸 ‘I CAN’T STOP ME’는 발매하자마자 영국의 팝스타 두아 리파의 곡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소송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사운드나 곡 전개는 비슷했지만, 결정적으로 멜로디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보이그룹 세븐틴의 경우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히트곡을 표절했단 의혹이 불거지자 나중에 슬그머니 작곡자 명단에 콜드플레이 멤버들을 올리는 식으로 대응한 일도 있었다. 웹툰의 경우엔 작품의 몇몇 장면을 베껴 그리는 수법을 많이 쓴다. 2018년 유명 만화가 김성모씨가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몇몇 장면을 그대로 베껴서 자신의 웹툰에 활용했다가 들켜서 작품 연재를 중단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아예 기획 단계부터 표절을 염두에 두고 문제를 피하려는 시도도 있다고 한다. 작곡가 A씨는 “어떤 기획사에서 신인 그룹을 내는데 미국 유명 팝스타 노래를 들려주면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되 표절에 안 걸리게 멜로디는 완전히 다르게 써달라’는 식으로 주문하더라”며 “K팝은 이제 전 세계가 듣는 음악인데 예전처럼 한국에서 잘 모른다고 막 베끼다간 해외에서 큰 망신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