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 김연경/KBS1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

17년간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배구선수 김연경이 소회를 밝혔다.

12일 방송된 KBS1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에서 김연경은 “국가대표라는 건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국가대표라는 꿈을 꿨다”며 “그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저한테는 정말 영광스럽고 제 자신한테 자부심을 느끼는 그런 자리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배구가 참 힘든 것 같다. 배구라는 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 같다”며 “제가 ‘잘 되는데’라고 생각하면 꼭 시련이 와서 또 한 번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못하고 있구나’ 할 때에도 언젠가는 또 잘하는 시점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끔은 배구가 짜증나기도 하고 잘 안 돼서 화가 나기도 하는데, 그래도 어쨌든 저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것 그런 존재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꼴찌 팀을 일등으로 만드는 데 특별한 방법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키가 큰게 좀 특별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꼴등 팀이었다가 우승한다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그런데 팀 스포츠다보니까 혼자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항상 팀원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팀원들과 함께 잘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에, 항상 더 함께 하려고 노력하니까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거 열악한 환경 등을 비판했던 것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해야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열악하거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때 큰소리를 많이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저는 바뀌어야 할 부분들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얘기하지 않으면 ‘누가 얘기할까’라고 생각한다”면서 “누군가는 얘기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안 좋은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 말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배구선수 김연경/KBS1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

그러면서 “(지금은) 진짜 많이 변했다. 선수들이 배구에만, 운동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하는 환경으로 많이 바뀌기도 했고, 예전과 비교한다면 정말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다”며 “많이는 아니지만 제가 조금은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과거 여자배구가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고, 더 많은 관중에게 응원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때는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며 “(관중이 적은 것이) 좀 당연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남자 배구팀 뒤에 있는 이벤트 경기의 느낌이 컸다”고 했다.

과거 김세진 선수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외모가) 닮았다고 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김세진 선수는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저는 기분이 나빴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러면서도 “TV로만 봤던 분을 닮았다고 얘기 들었기 때문에 영광스럽고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난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한편 김연경은 이날 대한배구협회를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김연경은 “막상 대표 선수를 그만둔다고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대표 선수로 뛴 시간은 제 인생에서 너무나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많은 가르침을 주신 감독님들과 코치진, 같이 운동해온 대표팀 선배님, 후배 선수들 정말 고마웠다”며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김연경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대표팀을 떠나지만, 우리 후배 선수들이 잘해 줄 것이라 믿는다.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