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지하철 무료 와이파이가 확산되며 한국발(發) 웹툰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폰 만화가 지하철을 정복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지난 2월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프랑스 내 한국발(發) 웹툰의 확장 현황을 소개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현지 대표 웹툰 플랫폼 델리툰 측은 “지난해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전년 대비 약 230% 성장한 수치다. 델리툰을 2019년 인수한 한국 회사 키다리스튜디오 관계자는 “델리툰 전체 매출 99%가 한국 웹툰”이라며 “연재 작품 수를 연말까지 두 배로 끌어올려 640여 편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 웹툰이 유럽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존 시장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번역해 내세우는 전략으로 일본·동남아시아·북미를 잇는 새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코트라(KOTRA) 파리무역관에 따르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웹툰 플랫폼으로는 델리툰·이즈네오·웹툰팩토리·라인웹툰·베리툰 등 10개 내외로 “현재 소비되는 대부분의 웹툰은 한국 웹툰”이다. 아직 종이 만화 시장이 지배적인 국가지만, 최근 출판사 드퓌(Dupuis), 델쿠르(Delcourt) 등이 웹툰 플랫폼을 설립해 프랑스식 작품 제작에 뛰어드는 등 자체 저변도 확대 추세다.

프랑스 웹툰 플랫폼 델리툰에서 연재 중인 한국 웹툰 '빛과 그림자'. 인기 순위 1위다.

프랑스의 웹툰 확장은 지하철 내 통신 환경 개선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2017년 파리시내 15개 지하철역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됐고, 지난해 6월 기준 서비스 대상이 89개 지하철 역으로 늘어난 상태다. 주력 독자층인 10~20대가 지하철에서 통신료 걱정 없이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델리툰 현지 직원 레나 블라제씨는 “2024년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모바일 제반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며 “지하철에서도 웹툰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자 매출도 함께 상승했다”고 했다. 델리툰 연재작 중 인기 순위 1위는 한국 로맨스 웹툰 ‘빛과 그림자’다. 첫 회에서 주인공은 독백한다. “Les des sont jetes(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웹툰은 프랑스에 이어 유럽 최대 만화 시장 독일로도 뻗어나간다. 지난해 독일어 서비스로 월 매출 1억원을 넘긴 델리툰뿐 아니라, 네이버웹툰도 지난 1일 독일어 서비스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