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기다림은 언제나 희망과 좌절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다.

어머니가 어린 딸을 데리고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당도했어야 할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늘진 역사(驛舍), 마스크 쓴 채 시계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초리가 초조해진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요커’ 4월 첫째주 신간 표지를 장식한 이 한 컷의 만화는 아시아계 미국인 만화가 R. 키쿠오 존슨(40)이 그린 것으로, 제목은 ‘Delayed’(지연된)로 정해졌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과 모녀의 복장 덕에 4월이지만 여전히 겨울처럼 느껴진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잇따르면서, 5일 발매되는 이 잡지 표지가 미국 내 아시아인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가는 ‘뉴요커’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 소식을 접하며 내 엄마와 할머니와 이모들을 떠올렸다”며 “그림 속 어머니는 그 모든 여성들로 이뤄져있다”고 밝혔다. “그림 속 어머니의 발과 눈썹을 표현하는 데 가장 신중을 기했다. 긴장과 두려움 사이의 동작을 그려내고자 했다.”

표지 배경이 된 뉴욕 지하철 안에서 한 아시아인 남성이 흑인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조차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게시글이 도마에 올라 사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 열차는 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