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발달이 또래 수준보다 느린 아이들이 있다. 언어 발달이 느린 유아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또래 수준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또 언어로 사고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기 때문에 은유, 비유, 추론, 분석 등 고차원적 두뇌 기능들이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언어 발달이 늦은 아이에 대한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요즘 권장하는 언어 치료의 적기는 생후 24개월쯤이다. 말이 늦은 유아의 부모가 언어 치료를 위해 병원에 빨리 가봐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도 될지를 고민하다가 아이의 언어 치료를 조기에 해 줄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아이와 그 부모에게 불행한 일이면서 저출산 시대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큰 손실인 것이다. 그럼 어떤 경우에 언어 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할까?
◇돌 지나 ‘마마’ 못 하면 위험 신호
첫째는 ‘상호작용이 있는가’이다.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는 구어(口語·음성으로 나타내는 말) 이전에 표정이나 몸짓언어가 먼저 발달한다. 말은 늦더라도 표정이나 몸짓을 통한 상호작용이 있다면 기다려도 된다. 하지만 이조차 없다면 24개월 차가 아니라 돌 이전이라도 언어 치료를 빨리 해야 한다.
둘째는 ‘옹알이를 할 때 자음이 있는 옹알이가 있는가’이다. 옹알이는 말이 트이기 전에 아기가 자신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혼잣소리이다. 신생아기에는 울음이나 트림, 딸꾹질 같은 반사적이거나 생물학적인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생후 2~3개월에는 성대를 울리는 소리로 발전하고 생후 6~8개월에는 ‘마마’ ‘빠빠’ ‘파파’ 같은 반복적인 음절을 발음하게 된다. 그런데 첫돌까지 ‘아아’처럼 모음 음절만 있는 옹알이를 한다면 언어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마마’나 ‘빠빠’처럼 자음과 모음이 합쳐진 음절 소리를 낼 수 있어야 언어 발달이 이뤄지는 것인데 ‘아아’ ‘오오’ ‘우우’처럼 모음만 반복하면 나이에 맞는 언어 발달이 이뤄지고 있다고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는 ‘알아듣는 단어 수가 또래 수준인가’이다.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은 말할 수 있는 단어들의 재료이다. 즉,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의 수가 충분해야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보통 돌이 지나서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의 수가 100개 정도일 때 말할 수 있는 단어의 수는 다섯 개 정도이다. 아는 단어의 수가 또래 수준이라면 기다려도 되지만 나이에 비해 부족하다면 역시 두 돌 이전이라도 언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또래와 놀이 수준 같은지도 봐야
넷째는 ‘놀이 수준이 또래 수준인가’이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 위해서는 특별히 말을 하지 않더라도 같이 놀고 있는 아이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놀이터 모래밭에서 함께 놀고 있는 친구가 모래성을 쌓고 있는데 아이가 장난감 바구니에 물을 담아 와서 쌓고 있는 모래성 위에 부어 성을 망가뜨린다면 그 아이는 친구와 어울려 놀이를 할 수 없다. 놀이터에서 말은 잘 못 해도 놀이 수준이 또래와 어울린다면 기다려도 된다. 하지만 또래보다 놀이 수준이 낮으면 언어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다섯째는 ‘아이를 3~4개월 정도 관찰해서 그 기간 동안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이다. 아이의 언어 발달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아이를 3~4개월 동안 관찰해서 그 기간 동안 진전이 있다면 좀 기다려도 된다. 하지만 계속 지켜봐도 조금의 변화도 없다면 언어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다섯 개의 관찰 소견 가운데 한 가지라도 해당되는 유아는 언어 발달 수준에 대한 정밀 검사와 검사 결과에 맞춘 치료가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속히 병원에 가야 한다. 그래야 언어 발달 지연에 따른 전반적인 성장 지연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