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는 7일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걸그룹 블랙핑크 신곡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을 삭제하기로 했다. YG는 전날엔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하루 만에 삭제를 결정했다. 이날 여당에서도 "소속사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랙핑크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당사는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스’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 유니폼이 나오는 장면을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며 "가장 빠른 시간 내로 영상을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튜브

지난 2일 공개된 3분 21초 분량의 '러브식 걸스 뮤직비디오에선 멤버 제니(24)가 간호사 복장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영상 1분 32초부터 1분 36초 사이 5초가량이다. 제니는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상의에 짧은 치마를 입은 모습으로 나왔다. 빨간 하트가 그려진 흰 모자를 쓰고 빨간 하이힐도 신었다. .

이런 연출을 놓고 간호사 단체를 중심으로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 한 장면”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는 5일 입장문을 내고 “헤어캡,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등 현재 간호사의 복장과는 심각하게 동떨어졌으나 코스튬이라는 변명 아래 기존의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

◇ YG “음악 표현한 것일 뿐”… 與 “간호사들 불편하다”

논란이 일자 YG 측은 전날 “각 장면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소속사는 1차 입장문에서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특히 간호사 장면에 대해서는 “노래 가사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을 반영했다”고 했다. 상사병에 걸린 소녀에게는 어떤 의사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취지의 가사를 표현한 장면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논란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여당(與黨)에서도 YG에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제니와 같은 나이인 박성민(24)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뮤직비디오에 성적 대상화로 문제 될 수 있는 장면이 포함된 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며 “소속사에서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속사에서는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 할 의도가 없었다고 했지만 당사자인 간호사들이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8월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명으로 박성민 당 청년대변인을 깜짝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박 최고위원은 1996년생으로 올해 24세다. /연합뉴스

◇ YG,하루 만에 “불편 느낀 간호사에 깊은 사과”

그러자 YG는 이날 2차 입장문을 내고 해당 부분 영상을 삭제하겠다고 했다. 소속사는 “조금도 특정 의도가 없었기에 오랜 시간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면서 이와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불편을 느낀 간호사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한다. 그리고 국민 건강을 위해 애쓰시는 모든 의료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블랙핑크는 지난 2일 데뷔 4년 만에 첫 정규 음반 ‘디 앨범(The Album)’을 발표했다. ‘러브식 걸스’는 타이틀곡이다. 이 곡은 발표와 동시에 아이튠스 세계 57국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곡 뮤직비디오는 공개 닷새 만인 7일 조회 수 1억 1800만 회를 넘어섰다.

YG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러브식 걸스'의 유튜브 조회수가 1억회를 돌파하자 6일 인스타그램에 이런 축전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 YG엔터테인먼트의 6일 1차 입장문 전문

먼저 현장에서 언제나 환자의 곁을 지키며 고군분투 중인 간호사 분들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Lovesick Girls’는 우리는 왜 사랑에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고민과 그 안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곡입니다.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와 환자가 나오는 장면은 노래 가사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를 반영했습니다.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합니다.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리며, 각 장면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작진은 해당 장면의 편집과 관련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 중에 있습니다.

◇ YG엔터테인먼트 7일 2차 공식입장 전문

YG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당사는 블랙핑크의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 유니폼이 나오는 장면을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하였고 가장 빠른 시간 내로 영상을 교체할 예정입니다.

조금도 특정 의도가 없었기에 오랜 시간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면서 이와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깨닫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불편을 느끼신 간호사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그리고 국민 건강을 위해 애쓰시는 모든 의료진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