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옛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YTN 최대 주주 변경 승인에 대해 28일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유진그룹은 YTN 인수 1년 9개월여 만에 최대 주주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법원 판결은 지난해 2월 최대 주주 변경을 승인할 당시 방통위가 ‘2인 체제’여서 의결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법원이 과거 2인 체제 방통위 결정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아 공영방송 인사나 과징금 결정의 효력을 취소한 적은 있지만, 미디어 기업의 인수·합병까지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법원 판결 직후 성명서를 내고 “YTN을 정상화하기 위해 방미통위를 즉시 정상화하고 유진그룹의 최다액출자자 자격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유진그룹, YTN 인수 무산되나
법원의 1심 판결은 방미통위나 유진그룹(유진이엔티)의 항소 여부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방미통위는 현재 7인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당장 항소에 나서기 어려워 법무부가 대신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앞서 방통위가 내린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방송사들이 제기한 ‘제재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9월 방통위가 패소하자, 일괄 항소 포기를 지휘한 바 있다. 이번 YTN의 최대 주주 변경 승인 취소 판결 역시 전(前) 정부 방통위의 패소 사례인 만큼 유사 결정이 나올 수 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본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적극적으로 항소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YTN 고위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는 유진도 보조 참가인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항소할 자격이 있다”며 “판결문을 받아보는 대로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YTN 다시 옛날로 돌아가나
이번 판결은 정부와 민주노총 등이 YTN 민영화를 되돌리려는 상황에서 나왔다. 그동안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등은 유진그룹의 최대 주주 자격이 “위법하게 취득됐다”며 “YTN의 공적 소유 구조 복원”을 주장해왔다. 정부도 지난 5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나서서 유진그룹의 YTN 지분 취득에 대해 “헐값 매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3년 10월 유진그룹이 한전KDN(21.43%)과 마사회(9.52%)가 보유한 YTN 지분 30.95%를 인수하는 데 들인 돈은 3199억원으로, 당시 YTN 시가총액(약 2520억원)보다 많았다. 지분만 놓고 보면 당시 주가로 산출한 YTN 시장 가치는 약 790억원으로, 업계에선 유진그룹이 YTN 경영권 확보를 위해 본래 지분 가치보다 4배 이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지분을 인수했다고 봤다.
YTN 고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 어디에도 유진그룹의 우선 협상 대상자 지정 등 매각 절차에 대한 지적이 없고, 사측 귀책 사유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이번 정부에서) 최대 주주 변경 승인 절차를 다시 밟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이 굳어져 유진그룹이 최대 주주 자격을 잃을 경우 유진그룹으로선 의결권도 없는 방송사 최다액 출자자로 지분을 보유할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유진그룹이 들인 막대한 인수 비용을 정부가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방통위가 유진그룹에 YTN 주식 처분 등 시정 명령을 내리고 처분 상대방을 기존 최다액 출자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방송계에서 나온다.
◇방통위 ‘2인 체제’가 초래한 시스템 붕괴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 임명, 방송사 과징금 의결, YTN 대주주 변경 등 주요 안건을 밀어붙여 현재의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은 앞서 윤석열 정부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임명(2025년 3월) ▲EBS 사장 임명(2025년 4월) ▲MBC 과징금 부과(2024년 10월) 등에 대해 모두 ‘2인 체제’를 문제 삼아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는 2023년 민주당 추천 인사였던 최민희 후보(현 국회의원)에 대해 자격 논란(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 근무 이력)이 제기되어 임명을 보류하면서 시작됐다. 민주당 추천 후보 한 명 자리가 공석인 상태로, 여야 1명씩 추천하는 김효재·김현 전 위원 후임자도 지명되지 않으면서 2인 체제가 굳어졌다. 특히 당시 민주당은 이동관, 김홍일, 이진숙 등 윤석열 정부 방통위원장에 대해 매번 탄핵을 추진하면서 방통위를 사실상 무력화했고, 이를 통해 윤 정부 거의 내내 ‘2인 체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