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와 박정민(KBS 방송화면 갈무리)

“안녕은 우릴 아프게 하지만 우아할 거야. 나 땅을 치고 후회하도록 넌 크게 웃어줘. 굿바이.”

지난 19일 KBS홀에서 열린 청룡영화제 시상식 기념 무대. 어깨를 드러낸 웨딩드레스 차림에 맨발로 무대 가운데에 앉은 화사(본명 안혜진)가 자신이 지난달 발표한 노래 ‘굿 굿바이(Good Goodbye)’를 부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명 위 ‘화사’보다는 카메라 밖 안혜진으로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는 이 노래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한다는 가사의 부분. 그때였다. TV화면에선 보이지 않았지만 배우 박정민도 객석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떠나보낸 연인을 이런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가 얼마나 됐던가. 두 사람은 서로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함께 무대를 만들었다. 박정민은 마침 이날 남우 조연상(하얼빈)·주연상(얼굴)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날 밤 KBS 2TV로 생중계된 ‘청룡영화상’ 축하 무대는 한 편의 단편영화였다는 말이 나온다.

박정민은 신곡 뮤직비디오를 단편 영화처럼 만들고 싶다는 화사의 손편지를 직접 받고, 주인공으로 출연까지 했다. 박정민은 TV화면에선 노래가 시작한 뒤 2분 30여 초가 지난 뒤쯤 등장했지만, 실제로는 무대 아래에서, 뮤직비디오에서 화사가 신고 있었던 빨간 구두를 들고 1분여 뒷짐지고 서 있었다.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지 않는데도 담담하게 상대의 동작 하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바라봤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배우든 방청객이든 일제히 ‘와!’를 외치며 시선을 고정했다. 두 손을 모으기도 했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박정민의 담담하면서도 상대의 동작 하나 놓치지 않는 표정을 눈으로 읽어낸 건 화사의 표정이었고, 카메라는 이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화사가 박정민과 함께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박정민이 뮤직비디오에 나온 빨간 구두를 들고 뒷짐 지고 서있다./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이 노래는 ‘좋은 안녕’이라는 제목처럼 비극적이고 마냥 이별이 아닌, 잊지못한 시간을 함께 해준 상대에게 보내는 예의이자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내용. 단독 무대를 펼치던 화사를 향한 핀조명(고정하는 빛)은 아이러니하게도 빛반사를 통해 화면을 대각선으로 갈랐다. 맺고 끊음을 알수 없는 희뿌연 조명은 이미 갈라선 관계 같지만, 끊어졌지만 여전히 끊어지지 않은 것 같은 연인들의 애정과 인연을 대신 말해주는 듯 했다.

설렌 건 보는 이의 몫이었다. 박정민의 터덜터덜한 걸음과 딱 붙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 그저 바라봐주는 눈빛, 또 화사의 능숙한 손춤사위에 맞추는 수줍은 손놀림 같은 것이 어우려졌다. 평소 대담한 의상과 거침없는 퍼포먼스를 펼치던 화사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 모습이 방송된 직후 이변이 일어났다. ‘굿 굿바이’는 지난 22일 기준 국내 최대 음원 차트 멜론 ‘톱100’ 1위를 비롯해 벅스, 플로 등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유튜브 ‘KBS’와 ‘KBS엔터’ 채널 등에선 현장 영상과 배우들의 리액션을 모은 ‘리액션캠’ 등으로 이미 1000만 뷰를 넘겼다. 주최사인 스포츠조선 유튜브인 ‘청룡영화상’ 단독 직캠도 수백개 리그램 되는 등 주말을 들끓게 했다. 팬들은 “올해 최고 멜로 영화” “넷플릭스 왜 보냐 박정민 보면 되는데” “이 정도면 천만 관객 영화” “화사의 재발견. 서로가 퍼스널 컬러” 등의 의견이 속출했다.

화사와 박정민('굿 굿바이' 뮤직비디오 영상 갈무리)

헤어진 연인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었지만 이날 방송 직후 “둘이 사귀어라”며 또 다른 영화 주인공 삼는 반응도 속출했다.

박정민이 출판한 책도 함께 인기를 얻었다. ‘쓸 만한 인간’(상상출판) 오디오북과 전자책 합쳐서 교보문고에서 청룡영화상 시상식인 19일 이후 5일간 전 5일 대비 7배가량 판매가 늘었다. 책은 지난 7월 박정민 요청으로 절판된 상황. 스페셜 에디션 정가 1만3500원인데 현재 중고책 시장에서 20만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박정민 산문집 '쓸 만한 인간'./상상출판

이번 청룡영화상을 연출한 KBS 관계자는 “남녀주연상·작품상 등 주요 시상을 앞둔 무대인 만큼 모두가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와 사전 의견을 조율하며 최대한 연출에 신경썼다”면서 “두 주인공이 뮤직 비디오를 제외하고는 이 노래를 두고 공식 무대에서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두 아티스트들이 가사의 느낌을 최대한 담담하게 살려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