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송법에 이어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추천과 MBC 사장 추천 방식 등을 담은 방문진법이 21일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EBS법까지 더해,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방식, 편성위원회 의무 설치, 사장 추천위원회 구성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방송 3법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여당은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방송 3법 개정 취지를 설명하지만 야권에선 “국민보다는 특정 성향 단체들의 입김만 세질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계에서도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이란 지적이 나왔다.

◇임직원, 방송 관련 학회, 변호사 단체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방송법과 방문진법은 KBS와 방문진 이사 숫자를 각각 15명과 13명으로 늘린 뒤 ‘국회 추천’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KBS 6명, MBC 방문진 5명으로 정해 절반을 넘지 않게 했다. 대신 나머지 추천 기관을 ‘임직원 단체’ 변호사 단체’ ‘방송 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 위원회’ 등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이사 수를 늘리면서 오히려 특정 단체와 집단이 공영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에게 방송을 돌려드리겠다’는 주장과 달리 변호사, 학계, 방송사 직원들이 이사를 추천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기득권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변호사 단체는 민주당의 개정안 초안 논의 단계부터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지목되어 왔다. 대표 발의자 중 한 명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두 변호사 단체를 “변협과 민변”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가 KBS 이사 2인과 방문진 이사 2인을 매번 추천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법조계에선 “서울변협 회원이 1만3000명인데 1200명 수준 민변이 추천권을 갖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미디어 학회 중에서는 방송학회(1500여 명), 언론학회(1000여 명), 언론정보학회(800여 명) 세 곳이 추천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 3법이 모두 통과되면 이 세 학회는 KBS 2인, 방문진 2인, EBS 1인 등 이사를 매번 6명 추천할 수 있다.

방송사 직원들도 매번 2~3명씩 이사 추천 권한을 갖는다. 방송계에선 “노조 입김이 강한 ‘임직원’ 추천에 방송사 사장이 선임하는 ‘시청자위원회’ 몫 2명까지 더하면 공영방송 이사 구성이 특정 성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방송사 임원은 “KBS는 지난 3월부터 개별 노조 체제로 변했지만, MBC와 EBS는 현재 민주노총 산하 지부들이 대표 교섭 노조를 맡고 있어 임직원 추천에도 민노총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학계 “전혀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 이사 추천 단체들”

지성우(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헌법학회회장은 “공영방송 이사를 변호사나 특정 학회, 방송사 임직원들이 추천하는 사례는 해외에서 찾아볼 수도 없다”며 “진정한 국민 대표성을 갖추려면 지역별 대표자를 포함해 훨씬 다양한 직능 대표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ZDF를 비롯한 독일의 공영방송사들은 주별 1인씩 16주 정부 추천 이사를 포함해 종교계, 노동계, 독일경제인협회, 여성계, 지자체협의회, 체육연맹 등 다양한 사회 단체 추천자들을 이사회(방송평의회)에 참여시킨다.<표 참조>

개정안이 이사 추천 과정에서 ‘정파 싸움’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개정안의 단체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임직원과 시청자위원회도 노조 간 정파 싸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국회는 그나마 국민을 대리하는 위임 구조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변호사 단체 등은 이들이 왜 국민의 대표자가 되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세 학회가 참여토록 명문화한 미디어 학회도 “굳이 세 학회가 합의해서 공영방송 이사를 뽑도록 법에 규정함으로써, 가장 규모가 작은 진보 성향 학회가 대형 학회의 추천권을 저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런 설계 의도부터가 위헌 소지”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