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성(왼쪽) 축구해설위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달수네라이브'를 통해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박문성 축구해설위원이 한국 축구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자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 황선홍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한국 축구계를 향해 작심발언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들도 언급하며 “선수 때 성과로 그 이상의 기회를 얻는 문화와 흐름은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박 해설위원은 26일 구독자 60만여명의 ‘달수네라이브’ 유튜브 채널에서 경기가 끝난 후 “저희가 지난 번 축구협회가 황선홍 감독을 국가대표 임시감독으로 겸임을 발표했을 때 ‘축구협회와 황선홍 감독은 스스로 폭탄을 끌어안게 됐다’고 표현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황 감독이 임시감독을 맡은 타이밍은 파리올림픽 예선을 겸한 이 대회를 위한 마지막 전지훈련을 가야 할 때인데, 국대 임시감독을 맡기면 전지훈련을 못 간다”며 “올림픽 예선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책임지시려고 이러냐고 했었다. 그 정도는 다른 분에게 맡길 수 있지 않나. 황선홍 감독은 이 경기까지 집중하게 밀어주는 게 맞지 않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대표 감독 겸임까지 하게 해서 (올림픽에) 탈락하면 축구협회도 책임을 나눠서 지게 된다”며 “우리는 카타르월드컵 때부터 엉망진창이다. 임시처방, 땜빵으로 하고 있다. 4년 후를 보란 얘긴 안 하지만 결국 이 사달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감독도 어쩔 수 없다. 올림픽 진출 역사가 끊어졌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즉시 경질을 포함해서 쉽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며 “축구협회도 ‘감독의 실패’라며 책임에서 자유롭겠나. 이 판을 누가 짰냐. 우리는 경고를 했고, 축협 내부에서도 위험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비겁하게 황 감독 밀어내고 끝내면 말도 안 된다. 정몽규 회장이 이 상황에서 4선 연임을 도전한다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축구협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는 수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몇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 능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자기 평가를 해야 한다. 축구협회와 정 회장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도 했다.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 성공 신화를 이뤘던 당시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 해설위원은 “2002년 (월드컵) 멤버들. 저는 황 감독과 개인적으로 친분 있고 2002년 멤버와 친하다. 황 감독 인간적으로 좋고, 사람 좋고 겸손하지만 사람 황선홍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감독으로서 평가하는 것”이라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그는 “2002년 멤버들 깊게 고민하셨으면 좋겠다. 우리(팬)가 사랑하고 고마워하고 있다. 한 번도 꿈꾸지 못했던 월드컵에서의 1승을 넘어 4강이라는 신화를 만들었고, 대한민국 전체가 빨간 옷을 입고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면서 하나 되는 것을 경험하게 해줬다”면서도 “2002년부터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국민들이 여전히 박수쳐주고 지지해주고 응원했지만, 이젠 유효기간이 여기까지면 된다. 2002년 성과로 여기까지 왔으면 우리도 할 일 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분들이 나서서 문제가 터질 땐 가만히 보고 계시지 마시고 자기네들이 싸워주시고, 나서서 책임질 문제는 책임져주시고, 우리 국민이 줬던 사랑을 다시 보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감독 위치에 있는 분도 마찬가지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분들. 노력하는 분도 많지만, 노력 안하시는 분은 지도자의 기회를 주면 안 된다”며 “우리 지도자 감독들도 세계적 트렌드를 따라가고 주도하는 꿈을 꾸면 안 되나.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선수 때 어땠다’는 걸로 그 이상의 기회를 얻는 문화와 흐름은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6일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지휘한 인도네시아와 연장까지 2대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대11로 패했다. 이 대회 1~3위는 파리 올림픽으로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상황에서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