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73) 선생님이 얼마 전 ‘이 길이 참 힘들다’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한번은 큰 고비가 올 테니, 그때 반드시 찾아오라’고요. 비록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진심을 다해 걸어가 보렵니다.”

데뷔곡 '낭만연가'를 선보인 가수 김용필. 임영웅의 '우리들의 블루스', 크러쉬의 '뷰티풀' 등 히트곡을 만든 이승주 작곡가가 곡을 썼다. /이태경 기자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도전한 가수의 길. ‘무모하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올라선 무대. ‘TV조선 ‘미스터트롯2′ 예선에서 부른 노래 ‘낭만에 대하여’(원곡 최백호)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출신 김용필(48)에게 ‘낭만 싱어’란 애칭을 붙여주었다.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외모에 감수성 짙은 목소리가 뿜어내는 신선함이 대중을 놀라게 했다. 미스터트롯2 최종 진(眞)에 오른 가수 안성훈은 “예심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참가자”로 김용필을 꼽았다. 최종 7인에 들진 못했지만, 결승전에서 ‘낭만 가객’ 최백호와 함께 특별 무대에 나서 다시 한번 팬의 뇌리에 각인됐다.

지난 5일 싱글 ‘낭만연가’를 발매하고 본격 가수로 나선 김용필은 “데뷔 50년을 바라보는 최백호 선생님께서 이제 시작하는 제게 손을 내밀어 주시는 것을 보면서 선배의 품격을 배웠다”고 했다. ‘낭만’이란 두 글자는 50년 선후배를 잇는 영혼의 빨간 실이었을까. 경연 이후에도 둘은 꾸준히 조언을 주고받는 ‘낭만’을 실현해 보이고 있었다.

김용필에게 낭만은 정신적 사치가 아닌, 지켜내야 할 삶의 가치다. “채찍질해가며 열심히 살았는데, 해놓은 게 없는 것 같은 허무함을 느꼈어요. 인정해주는 이도 없는 것 같고. 세월이 인생의 보상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제 처지에 빗대 ‘제자리’라는 노래 가사도 써봤습니다.” 우울감에서 그를 일으킨 건 노래였다. 혼자서 임재범의 ‘비상’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보이며 날고 싶어’ 같은 가사를 부르며 해방감을 느꼈다.

“분하게 생각해봤자 제 마음의 병만 키운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힘들다’ 대신, 무얼 하든 ‘즐겁다’ ‘행복하다’라고 생각하니 표정과 자세가 바뀌더군요. 그 힘이 바로 ‘낭만’에서 온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비관하고 침잠하는 게 아니라 ‘언젠간 바뀐다’는 확신과 희망을 갖는 것이지요.”

자신에게 위로가 돼준 노래는 팬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팬카페 등에는 “은퇴하면 도태되는 줄 알았는데 용필씨 도전에 용기를 얻었다” “용필씨 노래가 제 삶의 지푸라기가 돼 줬다. 지푸라기를 엮어 탄탄한 동아줄이 될 수 있도록 인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 같은 글이 이어졌다. 병마·실직·이별 등을 극복해 가는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도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의미라고 했다. TV조선 목요 예능 ‘미스터로또’와 전국 투어 콘서트에 고정으로 합류하며 노래 실력을 키우고, 팬들과 대면으로 교류하게 된 것 역시 큰 수확이다. “잃어버린 낭만을 찾아 드리는 게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이유이자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가슴 속 한편이 텅 빈 것같이 느껴질 때, 노래가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