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막장극의 대모’이자 ‘시청률의 여왕’으로 불리는 임성한 작가가 처음 시도한 타임리프(시간여행) 드라마 ‘아씨두리안’. 지난 24일 TV조선 첫 방송은 임성한 작품 같지 않다가 이내 ‘아, 임성한이었지’ 혼잣말을 내뱉게 되는 작품이었다.

과거에 있던 주인공 두리안(박주미)과 그의 며느리 김소저(이다연)가 갑자기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대로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시간여행은 ‘옥탑방 왕세자’ ‘인현왕후의 남자’ 등 여러 드라마에서 각종 해프닝을 만들어낸 소재 중 하나. ‘도깨비’처럼 전생의 슬픈 사랑을 현생에서 마무리하는 작품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임성한이 누군가, 꼬인 족보 만들기의 대가 아닌가. 부모자식 관계에 전생의 서사를 더해 뒤헝클어 놓는다. 평범했던 가족이 원한과 복수, 애증의 대상으로 재탄생한다. 본격적 서사에 돌입하기 앞서 캐릭터 설명에 공을 들이는 ‘임성한 스타일’을 구현한 1·2회(시청률 각 4.2%·3.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지나 3회부터 전생과 현생이 제대로 꼬일 것을 예고하고 있다. 온라인은 벌써 뜨겁다. ‘상상 그 이상’의 구조 덕분인지, 포털 사이트 오픈톡방은 이틀 만에 유입자 2만4000여 명을 돌파했다. 같은 시간대의 MBC 금토 드라마 ‘넘버스’가 1만4000여 명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부모자식 관계는 전생에서 원수… 임성한표 윤회 사상의 확장

그간 전생이나 윤회에 대해 간혹 언급했던 임성한 작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전생과 현생을 본격적으로 잇는다. 부모 자식 관계는 전생에 원수 혹은 은혜의 대상이었다는 것. 지난 1·2화에 드러났듯 전생에 인연을 맺었던 인물들이 현생에 그 얼굴 그대로 환생하면서 ‘임성한표 윤회’를 풀어헤친다. 예를 들어 과거 최명길이 죽인 집안의 몸종 김민준은 현생에서 최고의 ‘금수저’가 돼 있다. 재벌가 회장이 된 최명길이 가장 총애하는 둘째 아들로 태어나 그룹을 이끌어가는 능력자. 또 과거 최명길의 병약한 외동아들은 그대로 최명길의 막내아들로 태어나는 대신 바람둥이로 바뀌었다.

이야기의 도화선이 될 박주미는 전생의 애틋한 인연을 현생에 풀어놓는 역할을 한다. 과거 최명길의 며느리였던 박주미는 쇠약하고 몸이 불편한 남편이 아닌, 건장한 몸종 김민준을 이른바 씨내리 삼아 아들 언을 얻는다. 박주미와 몸종이 밤을 보낸 뒤 최명길이 문 밖에서 “첫닭이 울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아 대를 잇기 위한 최명길의 지시였음을 암시한다. 병색 가득한 박주미 남편의 몸상태에 대해 드라마에서 명확히 언급된 건 아니지만, 박주미의 아들이 가져온 ‘씨 없는 곶감’은 이를 짐작케 한다. 박주미의 아들인 언은 현생에서 최명길의 장손으로 환생해 또다시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과일 이름 주인공부터 동성애 논란까지

‘아씨두리안’이 이전 작품과 차이가 있다면 주인공 이름이 곧 드라마 제목이라는 것. 그만큼 주인공의 비중이 크다. ‘과일의 여왕’ 두리안은 겉에선 지독한 냄새로 고개를 돌리게 하지만 속살은 향기로워 한번 중독되면 끊기 어려운 과일. 주연을 맡은 박주미도 이유를 물었지만 임 작가는 “두씨에 리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일 뿐, 과일은 아니다”라며 각종 추측을 불식시켰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그 어느때보다 임 작가로부터 스포일러 금지령이 강했다. 대본 유출도 당연히 금지. 노출된 등장인물 소개 외에 과거에 어떤 인물이었는지, 현재 어떤 캐릭터인지 단 한마디도 할 수 없게 입단속을 시켰다. 그 탓에 드라마 시작부터 떠돌았던 ‘동성애 드라마’ 논란 역시 일파만파로 커졌다. 가짜 시놉시스가 떠돌기도 했다. 심지어 최명길과 박주미의 사랑이라는 내용까지 나왔다. 작가와 제작진은 “동성애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방송 이후에도 완전히 해명된 건 아니다. 현생에서 최명길의 며느리인 윤해영이 갑작스레 “어머니 사랑해요. 여자로서. 나도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라는 대사로 일방적 짝사랑을 표현하는 것. 임성한은 과거 ‘오로라 공주’에서 성소수자 나타샤를 등장시키긴 했지만, 108배를 하고 나서 이성애자로 바뀌는 설정이었다. 이번엔 윤해영에 대해 “아버지가 빙의했나”란 대사가 있어 실제 어머니를 좋아하는지, 빙의에 대한 예고인지는 불분명한 상태. 제작진은 “시공간을 초월해 온 두리안이 겪는 아찔한 사건들을 통해 판타지 드라마의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