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전엔 선생님들이 게임하자고 하실지 예상조차 하지 않았어요. 설마 선생님이 장난은 치지 않으시겠지 했는데 의외로 많이 하시더라고요. 하하.”
‘미스터트롯2′ 출신 11살 ‘트롯 신동’ 황민호의 반달 눈매와 입가가 씰룩인다. ‘선생님’이란 단어는 이 소년에게 웃음 버튼이라도 된 걸까. 선생님의 ‘선’자만 나와도 누가 일부러 간지럼 태운 듯 꺄르르 꺄르르 댄다.
지난 2일 밤 10시 첫 방송된 TV조선 금요예능 ‘귀염뽕짝 원정대’는 ‘트롯 선생님’ 강진(68) 노사연(67) 진성(60)과 ‘미스터트롯2′ 출신 11살 동갑내기 황민호·서지유·조승원, 또 깜찍한 인형 미모를 자랑하는 10살 아역 스타 오지율이 전국 팔도를 돌며 볼거리·먹거리를 탐방하고 인생의 맛과 멋을 배우는 ‘친환경 우정 여행’ 프로그램이다.
첫날 충남 서산에 있는 120년 한옥 고택을 찾은 이들은 텃밭 채소를 캐고, 닭장을 살피고, 장작도 패면서 땀과 웃음을 나눴다. 반찬을 나눠준 동네 어르신에 대한 감사로 걸쭉한 노래 한자락 뽑아내는 건 기본이다. 이날 시청률은 4.1%(닐슨 전국 유료가구 기준), 최고 5.4%까지 치솟으며 1부 기준(10시~11시) 동시간대 예능 1위를 기록했다.
<’귀염뽕짝 원정대’ 멤버들을 위해 좋아하는 노래 일부를 부르는 아이들. 황민호는 자신의 최근 신곡 ‘울아버지’ 한 소절을 부른 데 이어 서지유는 노사연의 ‘사랑’, 오지율은 ‘네모의 꿈’을 선택했다.. 촬영=최보윤 기자>
◇동심(童心)에 계급장은 없다.
“처음 녹화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거요? 선생님들의 귀여움이 웃겼어요.” 최근 서울 상암동 TV조선 제작 발표회장에서 만난 황민호·서지유·조승원·오지율 ‘4인방’은 선생님들과 50년 넘는 나이 차를 잊은 듯했다. “선생님들이 ‘수박씨 멀리 뱉기’ 내기를 하자시는 거예요. 너무나 멋진 목소리를 내시는 선생님들 입에서 수박씨가 그렇게 멀리 튀어나갈 줄은 몰랐어요.”
동심(童心)에 계급장 같은 게 있으랴. 아이들과 잘 놀아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어른들이 정작 아이들보다 더 신난 모양이었다. 자신의 노래 ‘보릿고개’ 가사처럼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진성은 “시골 생활은 내가 왕”이라며 ‘시골 마스터’의 자존심을 내걸었다. 가마솥과 아궁이를 태어나 처음 본다는 아이들에게 아궁이 밥짓기, 불 피우기 등 세월 서린 특기를 투척하며 환호성을 듣는 것도 잠시, 강진이 직장인의 ‘노동요’로 불리는 자신의 히트곡 ‘땡벌’을 아이들에게 읊으며 틈새 공략에 나섰다.
진성에게 쏠렸던 경외의 눈빛은 어느덧 트롯 신동들의 신명 나는 “땡벌” 떼창에 힘입어 강진에게로 향한다. 원정대에 ‘만능 일꾼’으로 합류한 MC 이수근은 “’이건 못 본 그림이다’ 싶어서 도전했다”면서 “아이들의 감정과 체력이 변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으니 과하지 않아 좋았고, 선배님들도 약간 어색한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웃겼다”고 말했다.
◇”매일매일이 촬영 날이었으면!”
아이들끼리의 특급 우정도 주목거리다. ‘미스터트롯2′ 경연 동안 ‘인생 2회 차’ 감성이라는 평가를 달고 다녔던 트롯 신동들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글로리’ 등에서 감정 몰입 연기로 주목받은 연기 신동이 만나서인지 평범한 대화도 장기자랑 급이다. 지율은 “드라마 ‘더 글로리’ 대사 해줘!”라는 오빠들의 부탁에 “오빠들 잠깐만, 나 감정 잡고 있어”라며 예능 촬영장의 공기를 드라마 촬영장으로 바꿔놓는다.
안그래도 “인형 같다”며 오지율의 등장에 넋을 놓았던 아이들이 잠시 혼이 뺏긴 듯 “와 나 진짜 연예인 봤다” “배우가 대사하는 거 처음 봐”라며 환호한다. “촬영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노래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는 오빠들의 바람에 지율은 “트로트를 잘 모르는데 동요 불러도 돼?”라며 오빠들에게 자연스레 ‘노래 교습’을 요청하기도 한다.
<서로 궁금한 게 많은 원정대 친구들. 지율이 “태몽이 무어냐”고 물으며 시선이 집중됐다. 지율이 “오빠들 들어봐봐”라며 자신의태몽을 이야기 하고 있다. 황민호는 오소리 꿈이었다 밝혔고, 서지유는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금괴를 안고 오는 것을, 조승원은 엄마가 로또가 연이어 당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최보윤 기자>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길, “오늘 끝나고 좀 여유 있는 오빠 있을까?”라는 지율이의 물음에 서로 귀가 쫑긋하다. 갑자기 어린이날이라도 된 듯싶었다. 아이들은 소원이라며 말한다. “매일매일이 ‘귀염뽕짝 원정대’ 촬영날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