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요 본부장 등 고위 간부들과 인사·노무 담당 부장 등 노조 활동이 법적으로 제한된 공영방송의 주요 보직자들이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언론노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BC 내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MBC 주요 본부장·국장·부장·팀장 등 회사 내 주요 보직자들이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문이 최근 발견됐다”며 “문건에 따르면 MBC 내 전체 보직자 148명 중 132명(89.1%·2021년 2월 기준)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 신분으로 회사 측 보직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제3노조는 이를 근거로 “현재 MBC 내 교섭대표 노조인 민노총 언론노조는 사실상 어용 노조”라고 주장했다.

노조원들이 회사 보직 간부까지 겸직하는 MBC에 대해 “기형적 노사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3노조가 이날 공개한 문건은 지난 2017년 말 강제 소환된 해외 특파원이 사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MBC 사 측이 제출한 증거자료 중 일부다. 이에 따르면, MBC는 회사 인사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하는 본부장급 임원들도 노조원 신분이라고 한다. 현재 노동조합법에선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직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제3노조는 “보도본부도 주요 부장들이 민노총 언론노조 소속으로 언론노조의 정치적 색깔이 그대로 투영될 수밖에 없는 인적(人的) 구조”라며 “사 측을 조합원으로 참여시켜 온 언론노조 MBC본부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노동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노동법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사용자 이익을 대표하는 인사·노무 담당 부장 등은 노조에서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노조 규약이나 단체협약에 별도 규정을 둘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조차 “사 측을 직접 대변하는 인사부장이나 경영본부장까지 노조원이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제3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MBC는 사장 비서실에 해당하는 미래정책실 실장과 팀장, 노무 담당자인 법무부장 등도 모두 노조원이라고 한다. 또 노사 동수로 구성된 편성위원회에 회사 대표로 참석하는 예능·시사교양·라디오 분야의 본부장급 임원들도 노조원이라고 제3노조는 전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 측은 “제3노조의 주장은 2021년 기준으로, 현재 본부장들은 언론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국장급 및 인사·노무 담당 보직팀장 등은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유예하고 있다”며 제3노조가 언론노조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은 것에 유감을 표시하고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직 MBC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초기 전임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임명된 경영진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언론노조가 주축이 되어 대대적인 파업을 벌였고, 탄핵 이후 이른바 적폐청산 분위기에 ‘사용자’ 성격인 부서 임직원들까지 가세하며 현재와 같은 기형적 구조를 갖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경영부터 보도·제작 분야 보직자들이 대거 언론노조에 가입하고 결국 편성위원회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MBC가 사실상 노영(勞營) 방송이라는 의미”라며 “정치 규약을 가진 민노총 산하 노조에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가입하는 것은 노동법뿐만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규정한 방송법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