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리시찬스크 인근 지역에 포격이 가해지자 전투 현장을 취재 중이던 기자가 군인들과 함께 긴급하게 몸을 숨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1년여 동안 15명의 언론인이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 코리아

작년 3월 1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에서 미국 타임지(誌) 소속 브렌트 르노(50) 기자가 숨졌다. 그는 전쟁으로 쫓겨나다시피 집을 떠난 난민들의 참상을 취재 중이었다. 피란민이 늘어선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러시아군이 쏜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 동료들이 ‘공감 능력이 뛰어난 기자’로 기억하는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진 8번째 언론인이 됐다. 미국의 비영리 기구인 저널리스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언론인 15명이 취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찾아가 자기 눈으로 목격한 소식을 전한다. 가짜 영상을 짜깁기한 선전 선동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피란 떠났던 우크라이나 기자들도 돌아와 전 세계에 소식을 전하고 있다. 미국 CNN비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뉴스가 쏟아지지만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보도는 전통 매체가 한 것들”이라며 “영혼을 감동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목격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쟁과 역병이 끊이지 않고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별하기 어려워진 시대에 허위 정보와 맞서 싸우는 일은 언론의 일상(日常)이 되었다. 2021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는 건전한 정보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독성 슬러지(toxic sludge)”라며 “이를 몰아내는 방법은 저널리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지난 14일 영국 가디언은 해킹과 가짜 뉴스 등을 통해 전 세계 주요 선거에 33차례 개입한 이스라엘 비밀 정보 기업 ‘팀 호르헤(Team Jorge)’의 실상을 폭로했다. 신분을 위장한 세 기자가 6개월 동안 해커와 사이버 스파이들 틈에 숨어 들어가 허위 소셜미디어 계정 3만개로 여론을 조작하는 현장의 영상과 목소리 등을 확보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구금되거나 자료를 빼앗길 경우, 다른 기자들이 취재를 이어가도록 국제탐사보도연맹과 연대했다. 신변 위협을 무릅쓰고 취재에 나선 것이었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지만, 아무나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 마크앨런 미디어그룹의 마크 앨런 회장은 본지에 이메일을 통해 “소셜미디어에선 진실·정직·합법성의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며 “저널리즘은 ‘항상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는, 높은 윤리성을 갖춘 전문 직업의 세계”라고 말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작년 6월 “우리 회사 소속 가브리엘라 미란다의 기사에서 취재원 발언을 임의로 바꾼 것이 발견됐다”며 기사 23건을 삭제한 뒤 사과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 2003년 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허위·표절 기사에 대해 대규모 정정 기사를 내보낸 이후 발생한 일대 사건이다. 공들여 취재한 기사 조차 ‘가짜 뉴스’라고 매도하는 세력과 맞서기 위해 언론에는 높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된다. 미국 악시오스의 니컬러스 존스톤 발행인은 “허위 정보가 넘치는 가운데 독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소스(source)로 언론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사실 보도의 높은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알마 라투르 발행인은 “고품질 저널리즘과 정확한 데이터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언론은 진실(truth)의 원천으로서 신뢰를 얻어야 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