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연으로 정치색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논란 후 첫방송에서 제작진은 ‘나의 제작 일지’란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심경을 밝혔다.
유퀴즈는 지난 27일 방송 말미 서울 상암동에 자리한 tvN 편집실을 비추며 “폭풍 같았던 지난 몇 주를 보내고도 아무 일 아닌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쳇바퀴에 그저 몸을 맡겨야만 하는 ‘나의 제작 일지’”라는 글을 띄웠다.
제작진은 “2018년 어느 뜨거웠던 여름날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길바닥의 보석 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던 프로였다”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었다. 유퀴즈는 우리네 삶 그 자체였고 그대들의 희로애락은 곧 우리들의 블루스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프로그램을 일궈 온 수많은 스태프, 작가, PD들은 살면서 또 언제 이토록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보통 사람들이 써 내려가는 위대한 역사를 담을 수 있어서, 어느 소박한 집 마당에 가꿔 놓은 작은 꽃밭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서, 날씨가 짓궂더라도 계절이 바뀌더라도 영혼을 다해 꽃 피워 왔다”고 했다.
MC 유재석과 조세호에 대한 고마움도 담겼다. 제작진은 유재석 방송화면을 띄우고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이라고 적었고, “매 순간이 진심이었던 유재석과 유재석을 더욱 유재석 답게 만들어준 조세호”라며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띄웠다.
그러면서 “두 사람과 함께한 사람 여행은 비록 시국의 풍파에 깎이기도 하면서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당초 두 MC가 길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만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던 유퀴즈가 코로나 이후 출연진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바뀐 점을 언급한 것이다.
제작진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며 “다들 그러하겠지만 한 주 한 주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했다.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시간 지나면 알게 되겠지”라며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이라고 덧붙였다.
유퀴즈는 지난 20일 방송에 윤 당선인이 출연한 이후 정치색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측이 지난해 4월 퇴임 1년을 앞두고 유퀴즈 출연을 추진했지만, CJ ENM이 거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가중됐다.
CJ ENM은 “문 대통령 측이 유퀴즈 출연 요청을 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윤 당선자 출연 여부와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떠한 외압도 없었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이 외에도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재명 전 대선후보도 유퀴즈 출연을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부 친여 성향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유퀴즈 제작진뿐 아니라 진행자 유재석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현근택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유재석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고, 결국 유재석 소속사 안테나 측은 악성댓글과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대응 입장을 밝히는 등 논란이 거세졌다.
CJ ENM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유퀴즈 제작진 측은 논란 후 첫방송에 내보낸 ‘제작일지’를 통해 일련의 논란에 간접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