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출연자의 강압적인 언행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 논란을 일으킨 SBS 플러스 ‘나는 솔로’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권고를 결정했다.
방심위는 지난 12일 방송심의소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를 몰아세우거나 겁을 주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데도 제작진의 개입 없이 자극적으로 방송해 시청하기 불쾌했다’는 민원을 받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이같이 의결했다.
‘권고’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이 법정제재를 받을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내리는 행정지도에 해당한다. 행정지도는 법정제재와 달리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직접적 감점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앞서 지난해 12월 1일 방송된 데이트 프로그램 ‘나는 솔로’ 4기에선 남성 출연자 영철(가명)이 여성 출연자 정자(가명)를 향해 무례한 말과 태도를 보여 문제가 됐다. 그는 3:1 식사 데이트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재실 거냐?” “저에 대한 마음이 몇 프로인지 물어봐도 되냐”고 말하는 등 정자를 다그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일부 출연자가 모여 후기를 나눴다. 한 남성 출연자가 영철에게 “데이트 어땠냐”고 묻자, 영철은 정자 앞에서 “자장면 먹고 싶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에선 식사 데이트 선택을 못 받은 출연자는 혼자 자장면을 먹어야 하는 규칙이 있다. 영철은 정자 앞에서 데이트를 하는 대신 혼자 ‘자장면’을 먹는 편이 낫겠다고 한 것이다. 이를 들은 정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로 돌아갔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자는 눈물을 흘렸다.
정자는 방송 후 “(당시 영철의 언행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영철도 소셜미디어로 여성출연자들을 공개 비난하며 논란은 이어졌다.
방심위는 ‘나는 솔로’가 관찰예능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권고 조치를 내렸다. 정민영 위원은 “관찰예능은 실제 상황 속에 출연자들을 몰아넣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기본 포맷”이라며 “제작진이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장면들에 대해서 일일이 개입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윤성옥 위원은 “관찰 예능이라도 안전사고가 나거나 하면 제작진이 개입해야 한다. 이 사안도 제작진이 어느 정도 관여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현장에선 여성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도 (영철의 태도에 대해) 굉장히 강압적으로 느꼈을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이어 “여성출연자가 화면에서 너무 힘들다고 울기까지 했다. 제작진이 이것을 방송 아이템화하려고 방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