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혁/tvN

“난 니가 뭘 함부로 해서 좋아. 너 보면 내 생각이 나. 열여덟의 나 같애”(남주혁)

“둘이 있을 땐 아무도 몰래 잠깐만 행복하자.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김태리)

김태리/tvN

아직 봄이 온 건 아니지만 둘의 ‘청춘’은 봄을 넘어 초여름으로 향하고 있었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주인공 김태리와 남주혁이 청춘들만의 청량하고 뭉클한 위로법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절대로 행복해 지지 않겠다”고 빚쟁이들을 향해, 또 자신을 향해 글썽이는 백이진(남주혁)을 바라본 나희도(김태리)는 말한다. “둘만 있을 때 몰래 잠깐만 행복하자.”

IMF 로 많은 이들의 희망이 사라진 그 때. 이들은 스스로 웃음을 찾아나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시대가 나의 꿈을 뺏었다” “행복해질 수 있다” 는 이들의 대사는 당시 줄도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IMF 세대들에게 진한 공감을 일으켰다. 주인공 백이진과 같은 1970년대 생들과 나희도와 같은 1980대 생들은 “그 때가 생각난다”며 시절을 회상했고, 그 당시를 직접 겪지 않은 이들 역시 “위로가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량한 초여름을 연상케 하는 김태리와 남주혁. 1990년생인 김태리는 18살 고등학생으로 완벽 변신했고, 극중 4살 연상으로 나오는 1994년생 남주혁은 따뜻한 눈빛 연기로 시청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tvN

지난 13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연출 정지현/제작 화앤담픽쳐스) 2회는 닐슨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8.9%, 최고 10.1%, 전국 가구 기준 평균 8.0%, 최고 9.4%를 기록했다. 남녀 2049 시청률 역시 수도권 기준 평균 4.2%, 최고 4.9%, 전국 기준 평균 4.2%, 최고 4.7%를 기록했다.

특히 나희도가 학교 운동장 수도꼭지를 거꾸로 돌리며 “기분 엄청 좋아지지 않아? 나 이거 보고 있으면 행복해져”라며 즐거워했고, 지켜보던 백이진은 나머지 수도꼭지를 모두 틀어 거대한 수돗가 분수를 만든 후 미소를 짓는 장면은 2화의 백미.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래까지 배경음악으로 나오며 보는 이를 설레게 했다.

남주혁 김태리/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2회에서는 나희도(김태리)가 IMF에 꿈, 가족, 돈 모두를 잃고 시름에 잠긴 백이진(남주혁)에게 열여덟의 순수한 방법으로 위로를 전하며 먹먹한 여운을 안겼다. 극중 나희도는 태양고로 전학한 후 꿈이자 동경인 고유림(김지연)과 얼굴을 마주했고, 고유림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며 웃어 보였다. 나희도는 3일 뒤 연습경기를 하라는 양찬미(김혜은)의 지시에 고유림과 나란히 연습을 하던 중 “내가 고유림과 같이 연습하고 있다. 진짜 너의 세계에 왔어 고유림”이라고 속으로 되뇌며 기뻐했다.

고등학생 최고 펜싱 선수 고유림 역할을 맡은 배우 겸 가수 보나(본명 김지연)

그러나 나희도는 팬이라는 자신의 고백에도 냉랭한 고유림에게 당황했고, 이후에도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고유림으로 인해 힘들어했다.

더욱이 나희도가 펜싱 연습 경기에서 고유림과 팽팽하게 맞선 끝에 승리한 후 5년 전 전국 대회에서 펜싱 신동 나희도를 만나 두려움에 떨었던 고유림의 반전 과거가 드러났던 터. 나희도는 고유림에게 경기를 해서 영광이었다고 전했지만 고유림은 퉁명스럽게 비꼬았고, 이에 나희도는 “널 좋아하는 내 마음에 대해서 니가 뭘 알아”라며 맞받아쳤다.

어린 시절 펜싱 신동이었던 나희도(김태리)와 희도의 우상이자 최고의 펜싱 선수지만 거꾸로 희도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고유림(보나). /tvN

반면 잘 살던 시절 고유림이 펜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백이진은 고유림을 찾아가 집안이 망하는 바람에 연락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해 고유림을 눈물 나게 했다. 이에 더해 태양고 방송반과 밴드부였던 백이진이 아버지에게 빨간 스포츠카를 선물 받고 기뻐하던 모습에 이어 빨간딱지가 가득한 집 안, 위장 이혼, 떨어져 살아야 했던 가정사가 펼쳐졌다. 또한 고성을 지르는 빚쟁이들에게 멱살이 잡힌 백이진이 고개를 숙인 채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대신 저도 절대 행복하지 않을게요”라면서 눈물을 글썽거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때 눈물을 꾹꾹 참아내는 백이진을 목격한 나희도가 놀라하며 돈을 갚으러 왔다고 하자 백이진은 다른 걸로 해달라며 슈퍼 앞 평상에 앉아 속내를 털어놨다. 나희도는 꿈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엄청 큰 꿈이 있지. 고유림 라이벌 되는 거”라고 답했고, 백이진은 “내 꿈은 우주에 있었어. 나사에서 일하고 싶었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IMF로 부도나기 전 부유하던 시절, 집에서 펜싱 선수인 고유림(보나)을 후원했던 백이진(남주혁) /tvN

나희도는 예전 백이진이 인기 많고 유명했다는 소문을 덧붙이고는 “근데 앞으로 어떤 순간에도 행복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백이진과는 다른 사람 같았다”며 고등학교 시절과 달라진 백이진을 아쉬워했다. 이에 백이진이 “난 니가 뭘 함부로 해서 좋아. 너 보면 내 생각이 나. 열여덟의 나 같애”라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며 털어놓자, 나희도는 백이진을 예전 학교로 이끌었다.

수도꼭지 분수를 만들며 ‘행복’을 이야기한 이들. 백이진은 나희도를 앞으로 밀쳐 물을 맞게 했고 두 사람이 한바탕 물장난을 치던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경비아저씨가 소리를 치자 백이진은 나희도의 손목을 잡아끌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채 한참을 달린 두 사람은 멈춰 서서 숨을 고른 후 박장대소했고, 나희도는 “앞으로 나랑 놀 때만 그 아저씨들 몰래 행복해지는 거야”라며 “둘이 있을 땐 아무도 몰래 잠깐만 행복하자.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라고 청량하게 웃었다. 마치 홀린 듯이 나희도를 바라보던 백이진은 살포시 미소를 보였고, “달려서인지 들떠서인지 아리송한 숨이 찼다. 바람이 불어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몸을 비볐다. 여름의 한가운데였다”라는 나희도의 내레이션이 울리면서, 앞으로 펼쳐질 두 청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