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던 거요? 삼촌이랑 댄스 하는 장면이요! 일단 그 장면의 장점은… 제가 삼촌이랑 댄스를 못한다는 것이고요.(웃음) 확 멋있게 도는 부분이 있었는데, 쑥 돌다 그대로 쾅 하고 넘어지시는 거에요. 매일 저희 웃겨주시려고 노력하셔서 그러신 거였나? 촬영 땐 연습 많이 하셔서 진짜 잘하셨어요!”
지난 1월 30일 막을 내린 TV 조선 토일미니시리즈 ‘엉클’ 마지막 장면. 삼촌 왕준혁의 소원대로 대세 유망주 뮤지션으로 자란 민지후는 시간을 돌려 추억의 장소인 Hot BAR 무대에서 댄스를 추며 노래 호흡을 맞춘다. 극중 서로에게 ‘슈퍼맨’이자 곧 ‘삶의 이유’였던 이들.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 것 같은 이들은 이내 스크린 밖으로 걸어나와 너스레를 떨며 시청자에게 인사를 건넬 것 같았다.
특유의 힘 뺀 ‘생활 연기’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한 오정세와 함께, 순수한 눈망울과 풍부한 표정 연기로 시청자를 울렸다 웃음 짓게 한 이경훈은 시청률을 크레인처럼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11일 첫 방송 된 ‘엉클’은 첫 방송에서 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 시청률 2.2%에서 14회에서 수도권 기준 10.5%를 돌파하는 등 5배 가까운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천진난만한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어른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지고 가려는 ‘어른이’ 민지후 역을 맡은 이경훈은 이번 작품으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아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저산 너머’(2020)에서 2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청정한 연기로 ‘천재 아역’으로 눈도장 찍은 이경훈은 이번에도 맑은 깊은 배역 소화로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올해의 힐링 드라마’로 불리며 인기를 끈 ‘엉클’의 주역 이경훈은 1일 밤 7시 스페셜 방송 ‘엉클 스페셜 - 못다 한 이야기’에 극 중 주경일(이상우)의 딸 주노을 역할을 맡은 윤해빈과 함께 촬영 뒷이야기와 명장면 등을 소개한다. 최근 만난 이경훈은 “정세 삼촌이 먼저 다가와 줬다”면서 드라마 촬영장 안팎 이야기를 건넸다.
◇”삼촌이 촬영장에서 깜짝 생일 파티 해주셨어요. 엉엉.”
이경훈은 처음에 “오정세 배우님”이라고 호칭했다 말했다. 오정세는 마치 극 중 진짜 삼촌처럼, 왕준혁식 말투로 “에이 그게 뭐야~. 삼촌이라고 해야지”라며 경훈 군과 눈높이를 맞췄다. “촬영 전에 따로 만나서 같이 놀아주시고, 대본도 맞춰주셨어요. 그리고 가끔 촬영이 늦게까지 진행될 때는 삼촌이 저 졸릴까 봐 웃겨주기도 하시고, 재밌는 그림 같은 것도 많이 보여주셨어요.”
왕준혁의 누나 결혼식과 최종회에 나오는 댄스 장면을 촬영 뒤 2~3시간씩 전문가 선생님과 함께 며칠을 연습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오정세는 이경훈이 지칠까 봐 각종 아이디어를 내서 함께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오정세는 마치 아이들과 함께 팀이 돼서 놀 듯 호흡을 맞췄다.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아역들이었지만, 오정세는 아이들이 극 중 상황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화를 수시로 나눴다.
“삼촌이 보디가드 한다면서 장난감 총을 들고 오는 장면이 있거든요(9회), 저랑 세찬(박시완)이를 보고 가시는 장면이 그날 촬영의 거의 마지막이었어요. 촬영이 대부분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에 삼촌이 그 총 갖고 놀아도 된다 해서 저희끼리 갖고 놀다가 모르고 떨어뜨렸거든요. 건전지가 빠져서 제가 빨리 넣어서 돌려 드렸는데 총에서 소리가 안 나는 거에요. 원래 총 끝에서 빛도 나면서 소리도 났거든요.
삼촌이 ‘어, 소리가 안 나네. 오늘 경훈이 때문에 촬영 못하겠다’시는 거에요. 저 때문에 촬영 못 할 까봐 울먹울먹 거렸는데, 삼촌이 더 큰 소리로 ‘경훈이 때문에 촬영 못 해요~’라며 키득키득 웃으시는 거에요.”
이내 오정세는 손에 있던 건전지를 보여줬다고 했다. 경훈 군이 건전지를 잘못 끼워넣은 걸 오정세가 제대로 넣으려고 다시 뺐다가 안 넣고 말씀한 거였단다. “저도 막, ‘삼촌!’하고 ‘하앙’하고 울었어요. 전에 다래끼가 나서 저 때문에 사흘 촬영이 멈춘 적 있었거든요. 그 이후로 신경이 많이 쓰이고 책임감도 생겼어요.”
지난 5월 대본 리딩후 11월까지 이어진 촬영. 이경훈은 생일도 ‘엉클’ 식구들과 보냈다고 말했다. 그의 생일은 9월.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도 잘 못 만나서 ‘이번 생일은 그냥 지나가겠다’ 했는데 촬영 끝나고 스튜디오에서 갑자기 ‘생일 축하 합니다~’라는 노래랑 함께 삼촌이 케익 들고 다들 축하해 주러 오신 거에요. 진짜 감동받았어요. 눈물 났어요.” 이경훈은 “진짜 삼촌인줄 알았다”면서 “삼촌과 떨어지게 되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황우슬혜 배우님이 저 예뻐해 주셔서 NG 났어요! 하하”
그가 꼽은 인상 깊은 장면 또 하나. “황우슬혜(극 중 김유라) 배우님이 저를 엄청 좋아해 주셨어요. 지금 저 신은 신발도 선물해 주신 거에요! 저번에 체육 하는 장면을 찍는데, 우리가 이겨서 환호하는 장면이었거든요. 황우슬혜 배우님이 딸로 나오는 소담(김하연)이 한테 가야 하는데 저한테 오셔서 NG가 났어요. 하하. 매일 저한테 귀엽다 해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요!” 촬영 마지막 날 황우슬혜에게 경훈이도 선물했다고 말했다. 요즘 인기라는 커다란 문어 인형과 핫팩 인형이다.
이경훈이 지후로 선택되는 최종 과정 중 한 장면도 극중 김유라가 ‘파랑새 선거’에서 왕준혁을 지지해 지후와 준혁이 끌어안으며 좋아하는 장면이었다. “지영수 감독님께서 여러 장면을 주시고, 정세 삼촌이 오셔서 직접 맞춰봤어요. 다른 친구들도 있었는데, 감독님 보시기에 정세 삼촌이랑 제가 제일 잘 맞아 보였던 것 같아요. 정말 뛸 뜻이 기뻤죠. 왜냐면 엄마 아빠랑 같이 패밀리 레스토랑 가기로 했는데, 진짜 가게 됐어요!”
엄마 전혜진과도 가족처럼 가까워졌다고 했다. “마지막에 저한테 간식을 주시면서 ‘고맙다’고 하시는 거에요. 저희가 집에서 원두 갈아서 봉투에 넣어 ‘훈이네 커피숍’이렇게 만드는 게 있는데 그것 선물도 드렸고요. 정세 삼촌한테는 차에 두는 향수 드렸고, 지영수 감독님한테는 제주도 촬영가면서 오메기 떡도 사다 드리고 향수도 사다 드리고요. 다들 너무 좋으시고 잘해주셔서요. 돈을 마련해서 드렸어요. 지후 산타~. 하하.”
◇”연기하면 할수록 게임 ‘레벨 업’ 같은 재미가 있어요.”
이경훈은 5살 때부터 연기를 배웠다. 본격적으로는 7살 때 드라마를 시작으로 각종 광고 등에 출연했다. 영화 ‘저산 너머’와 ‘아이들은 즐겁다’(2021)를 통해 순수한 수정 같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TV를 보면 아쉬웠던 점이 많이 보여요. 표정이 원하는 대로 잘 안 나왔다든지, 눈물을 많이 흘린 거 같은데 생각보다 안 보인다든지… 부족한 점들이 보여서 다음엔 더 잘해내려고 해요.”
각종 커뮤니티에선 ‘경훈이 눈만 봐도 감정을 알 것 같다’ ‘눈만 봐도 슬프다’면서 감탄을 감추지 않았는데, 정작 찬사의 주인공은 의연했다. “극 중 지후를 생각해보면 저절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걸요?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겪고 있고, 그러면서도 삼촌이랑 있을 때 즐거움을 찾는 아이잖아요. 대본을 보다 보면 저절로 되는 걸요. 저를 지후로 발탁해주신 지영수 감독님도 부족하거나 모자란 게 있다 싶으면 잘 가르쳐 주세요.”
TV로 모니터하면서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는 건 드라마 ‘훈남정음’(2018) 주인공이었던 남궁민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당시 경훈군은 아역으로 등장한 바 있다. “그때 남궁민 배우님이 자신이 TV에서 부족한 게 보이면 다시 연습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연기 연습을 할 수도 있는 거구나’ 했어요.”
한 번에 OK가 안 될 수도 있지만 하면 할수록 재밌다고. “제가 잘 안 되던 걸 해내면, 게임할 때 레벨 업 하는 기분이에요. 연기하면, 그런 레벨 업 하는 재미가 있어요.” 이번 ‘엉클’에서도 ‘레벨 업’의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할머니네 집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하는 장면에서 삼촌과 엄마와 헤어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삼키는 데서다.
“’엉클’이 좋은 건요, 배우님들이랑 감독님 작가님 다 좋은데, 정말 아이가 이 정도로 많이 나오는 드라마가 없기도 하고, 저도 이렇게 많이 나온 게 처음이거든요.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드라마 1회 시간 정도잖아요. 엉클엔 친구들도 많고요. 무엇보다 제가 이렇게 많이 나올 수 있다니 정말 좋아요.(웃음) 그래도 삼촌이 60%이상 다 책임지시고요. 저희 모두는 그 나머지? 하하.”
◇”티볼처럼 각자 구간에서 최선을 다하면 결국 이겨요!”
아빠랑 시간 날 때마다 캠핑 가는 걸 좋아하고 운동하는 것도 즐긴다는 이경훈. ‘체육부장’ 출신이라며 피구, 야구, 클라이밍 못하는 거 없이 다 좋아한다 말했다. ‘라켓소년단’ 같은 스포츠 소재 드라마에도 출연하고프단다.
학교에서 자주 하던 건 야구와 비슷한 티볼. “티 위에 공을 올려놓고 치는 데 제가 거의 ‘4번타자’ 급이었어요. 하하. 티볼을 하다 보니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이 한마음으로 모아지면 우리가 이기는 거에요. 어떤 친구는 공을 잘 치고, 누구는 공을 잘 잡고, 어떤 애는 수비 전략을 잘 짜고 하는 식이요. 각자의 구간을 제대로, 자기 역할을 똑바로 해내면, 그러니까 각자 자리에서 베스트가 되면 결국 팀이 잘 되더라고요.”
이경훈은 자기가 특히 좋아한다는 운동 종목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티볼을 연기라는 단어로 바꾸어 놓으면 ‘연기관’이 되는 셈이었다. 이를 확대해 조직과 삶으로 연결시킬 수도 있었다. 경훈 군은 이미 그의 방식대로 삶의 철학을 터득해 나가고 있었다.
지후 역할이 ‘어른이’이기 때문일까. 천진난만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이경훈은 놀이공원으로 소재를 옮기더니, 갑자기 타로 점에 대해 말을 건넸다. “놀이공원에 갔는데 타로를 봤거든요. 제대로 봐야 되니까, 직업이 있냐고 해서 ‘배우’라고 했어요. 하하.
두 개를 뽑았는데 한 가지는 ‘너에게 엄청 좋은 일이 있을 건데, 그 일을 이뤄지면서 쉽게 해결되는 일이 많을 것이다’고 하는 거고, 두번 째는 ‘힘든 일이 있어도 견뎌야 행복이 찾아오는 카드’라고 하는 거에요. 근데 신기하게 촬영장에서 힘들어도 견디면 반드시 행복한 일이 있더라고요. 어떤 일이요? 촬영 끝나면 친구들이랑 논다든지, 흐흐, 등등! 견디면, 좋은 일이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좋아한다던 정동원 형도 TV조선 예능 ‘개나리학당’ 설특집 편에 출연하면서 만나게 됐다. 인터뷰 당시만 해도 “정동원 형은 너무 유명해서 제가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정동원 형은 ‘정동원 길’도 있는 분”이라며 마냥 동경하던 그였다. “외할머니가 미스터트롯을 정말 좋아하셨거든요. 설에 외할머니 집에 갔다가 정동원 형이 트로트 부르는 걸 들었는데 정말 감동받았어요.”
시청률 공약으로 마치 소원 말하듯 다양한 걸 늘어놓던 그는 옆에서 들리는 ‘TV조선의 아들’이라는 말에 “그럼 10%가 되면 TV조선의 아들이 되도록 하겠습니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정세 삼촌이 생기듯, 드라마 배역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아빠, TV조선의 아들이 되면 어떻게 돼요?” 옆에 있던 그의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