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내년부터 신문 열독·구독률 등 ‘매체 영향력’과 언론중재위 직권조정 건수와 같은 ‘사회적 책임 지표’를 기준으로 정부광고를 집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광고비 책정, 보조금 지원 등 정책 집행 기준으로 활용해오던 한국ABC협회 부수공사(公査) 자료는 더 이상 참고하지 않기로 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ABC협회에 대한 권고사항 이행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황 장관은 "ABC협회가 권고를 불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미 지원된 공적자금 약 45억원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장련성 기자

황희 문체부 장관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에 대한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신뢰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부수 공사 대신 매체별 열독률·구독률 및 사회적 책임 관련 자료를 정부 광고 집행의 핵심지표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연간 1조원 규모의 정부 광고비 중 약 2452억 원을 신문 등 인쇄매체에 대해 집행하고 있다. 그동안 ABC협회가 인증한 부수 조사 자료를 정부 광고비 집행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문체부는 지난 연말 ABC협회의 부수인증 방식과 관련해 부실 논란이 제기되자, 작년 11월부터 사무검사를 진행한 뒤 지난 3월 협회 측에 제도개선 조치 17건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날 황 장관은 “제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치 권고를 불이행한 것으로 보고, 협회에 지원한 공적자금 잔액 약 45억원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ABC협회는 노동조합 명의로 발표한 ‘한국ABC협회 입장'을 통해 “특정인의 폭로에서 시작된 현재 상황에 대해 끝까지 ABC협회의 명예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매체 영향력 조사를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전국 5만명 국민을 대상으로 대면 방식의 ‘구독자 조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구독률과 열독률을 기반으로 가장 광고 효과가 높은 매체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김대현 문체부 미디어국장은 “정부 광고주로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 신문 열독률과 구독률을 택했다”고 말했다.

'2020 언론수용자 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

구독률은 정기 구독 방식으로 신문을 읽는 비율을 말하고, 열독률은 구독 여부와 관계 없이 ‘지난 1주간 신문을 열람한 비율‘을 뜻한다. 지난해 언론진흥재단이 50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신문 열독률은 10.2%, 구독률은 6.3%로 각각 나타났다. 매체별 열독률은 조선일보 3.2%, 동아일보 1.5%, 중앙일보 1.4%, 매일경제 0.5%, 한겨레 0.4% 등으로, 이를 점유율로 환산한 열독신문 점유율은 조선일보 26.0%, 동아일보 12.4%, 중앙일보 11.3%, 매일경제 4.5%, 한겨레 3.6%, 한국일보 3.6% 등이다.

한편, 정부는 열독·구독률 외에 언론중재위 직권조정 건수, 자율심의기구 참여 및 심의결과 등 ‘사회적 책임’ 관련 자료도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직권조정이란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언론사의 분쟁을 제3자인 언론중재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정하는 결정이다.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손해배상 등에 대해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중재부가 내리는 준사법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언론으로 인한 피해구제를 위해 만들어진 언론중재 제도를 정부광고 집행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향후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언론중재위에는 3924건의 중재신청이 접수되었으며, 이중 265건(6.8%)의 직권조정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