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제목만 17글자. 네이버TV에서 방영하는 웹드라마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는 13글자. 과거 ‘5음절을 넘기면 안 된다’는 통념이 있던 드라마 제목이 ‘문장형’이 되면서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넷플릭스)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MBC에브리원) 등도 비슷한 사례다.
드라마 제목은 짧고 선 굵은 것이 미덕으로 통했다. 올해 인기를 끈 ‘펜트하우스’ ‘모범택시’ ‘빈센조’가 그렇고, 원조 한류 열풍의 주인공 ‘겨울연가’ 국내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첫사랑’도 마찬가지다.
간명한 제목이라는 정답이 나와있는 상황에서 구어체 문장 제목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CJ ENM 소속 PD는 “다양한 콘텐츠 홍수 속에서 제목부터라도 차별화를 주고, 콘셉트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제목이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문장형 제목은 무수한 경쟁작 속에서 일단 눈에 띄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시작됐다. 일단 관심을 끌려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제목을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일본 라이트노벨 시장에서는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같은 제목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이것이 한국 웹툰과 웹소설 시장에 들어오면서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 같은 제목의 작품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히트작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긴 구어체 제목이 이식됐다. 이런 가운데 원작이 따로 없는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같은 드라마 제목도 등장했다.
다만 성적은 아쉬운 상황이다.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지난 15일 시청률 2.4%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종영한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1%대 시청률로 종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