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상우가 시골에서 혼자 사는 외할머니 집에 맡겨진다. 말도 못 하고 글도 못 읽는 할머니와의 시골살이가 답답하기만 한 상우는 온갖 심술로 날을 지새운다. 공연히 요강을 걷어차 깨뜨리는 건 애교에 가깝다. 할머니가 비를 맞아가며 사 온 닭으로 끓인 백숙 앞에서 프라이드치킨이 아니라며 투정을 부리고 게임기 건전지를 사겠다며 할머니의 비녀를 훔쳐 ‘가출’을 감행한다.
그러면서도 상우는 말 못하는 할머니가 보여주는 사랑을 조금씩 깨닫는다. 다시 상우를 데리러 온 엄마와 함께 서울로 떠날 때쯤엔 상우의 마음도 할머니가 싫기만 했던 처음과는 조금 달라져 있다.
EBS에서 오후 1시 방영하는 ‘집으로...’는 ‘미술관 옆 동물원’(1998)으로 데뷔한 이정향 감독의 2002년작. 산골에서 실제로 호두 농사를 지으며 살던 김을분 할머니와 일곱 살 아역 유승호의 호흡으로 4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에 흥행 보증수표라는 스타 배우도, 극적인 연출이나 장치도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성적이다. 배우 경력이 전혀 없던 김 할머니는 이 영화로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고 작품은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시나리오상·기획상을 받았다.
이 영화가 나온 지도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다. 철딱서니없는 상우 역으로 이름을 알린 유승호는 이제 청춘 스타가 됐다. 그 밖에도 많은 것이 변했지만 영화가 전하는 따뜻한 감동은 지금 봐도 그대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무조건적 애정의 기억을 이 영화가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담담하게 흘러가는 이 영화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