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문제고 저는 잘못을 한 게 없지만, 부모님의 아들 된 도리로서 책임을 지고 싶었는데 상황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이른바 ‘빚투’ 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했다가 2년 만에 신곡을 내놓은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7)이 5일 유튜브를 통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로닷은 유명 연예인이나 가족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다고 폭로하는 이른바 ‘연예계 빚투’의 시발점이 됐다.
2006년 힙합 그룹 올블랙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마이크로닷은 2015년에 힙합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 ‘도시어부’, ‘나 혼자 산다’, ‘국경 없는 포차’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는 2018년 11월 부모가 과거 수억원의 빚을 갚지 않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는 '빚투 의혹이 제기된 이후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가 지난달 25일 새 앨범을 냈다.
◇ “부모님께 피해 입었던 모든 분께 사과"
마이크로닷은 유튜브를 통해 ‘이제서야 조심스레 말을 꺼내봅니다’라는 제목의 9분 5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마이크로닷은 우선 “저희 부모님으로 인해 피해를 봤던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과거 방송에서 얘기했던 과거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했다. 마이크로닷은 2017년 12월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서 “뉴질랜드에 19억원짜리 집을 형과 함께 샀다. 그 집에는 부모님이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듬해 1월 방송된 ‘도시어부’에서는 “뉴질랜드 이민을 온 후 사기를 당해 2년간 수제비만 먹는 등 어렵게 살았다”고 얘기했다.
마이크로닷은 "내가 부자였다, 곱게 자랐다, 돈이 많았다, 여유 있었다는 말들이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네 살 때 이민을 가서 처음 살았던 집이 장례직장에 시체를 보내기 전에 있는 화장터 지하에서 살았다”며 “부모님이 일자리를 못 찾고, 상황이나 환경이 크게 변하다 보니 힘들게 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기술도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지내왔고, 매일 먹는 것도 똑같았다”며 “'도시어부'에서 말했던 수제비 이야기도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마이크로닷은 “그렇게 지내다가 낚시를 가게 됐는데, 그것도 10달러 내고 미끼와 바늘, 추를 사 낚시를 해 몇 주 동안 먹을 생선을 잡곤 했다”며 “그런 환경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월세를 내지 못해 이사도 많이 다녔다”며 “제가 호의호식을 하며 사립학교에 다녔다는 기사가 많았지만 저는 사립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섣불리 행동…후회"
부모의 채무 불이행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빚투 논란이 2018년도 11월 20일 터졌는데, 이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왔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부모님께 연락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충격이었다”고 했다. 당시 마이크로닷은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1996년 6월 당시 작성한 고소장 등을 공개하며 논란이 커졌다.
첫 입장 표명 당시 ‘허위 사실’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제가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섣불리 행동을 했던 것 같다”며 “가족을 믿고 싶었는데 후회가 있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은 “부모님이 죗값을 치르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셨는데, 그때도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 상황 파악이 엉망이었다. 손이 묶여있는 상황이었다”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부모님 문제고 나는 잘못한 게 없지만, 아들된 도리로서 책임을 지고 싶었는데 상황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이미 난 첫 입장 표명에서 실수를 했고, 부모님이 유치장에 가며 대화를 할 수 없어 오랜 기간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돈뭉치 하늘서 갚는다'고 했다는 방송에 충격"
그는 “상황 파악이 되고 나서 부모님이 잘못했던 것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다”며 “첫 피해자 분이 감사히 시간을 내주셔서 만나봤는데 나를 기억해주시고 ‘네가 뭘 알겠냐’고 말씀해주며 감사히 합의를 해줬다”고 했다.
이어 “돈이 모자라서 죄송하게도 합의를 끝까지는 못 했다”며 “열 분과 합의하고, 세 분과는 못했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은 최근 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방송 내용을 언급하며 “제가 ‘돈뭉치가 하늘에서 떨어지면 갚는다’는 말을 했다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 방송을 봤을 때는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를 처분하고 원룸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닷은 “방송 활동을 중단한 지 2년 됐다”며 “제가 ‘도피했다, 책임 안 진다’는 말이 많은데 전 떠난 적 없다""며 “부모님의 일을 책임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고 했다.
◇2년 만에 앨범 “진심 다가가길 소망”
마이크로닷은 지난달 25일 새 앨범 ‘Prayer’를 냈다. 그는 앨범을 내면서 “지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았다”며 “특히 책임감(Responsibilities)이라는 곡을 가장 먼저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은 “조심스럽고 한편으론 고민과 걱정이 많았던 작업 과정이지만 용기를 냈다”며 “부디 그간의 제 고민과 생각을 담은 진심이 여러분에게 잘 다가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사기 혐의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지인 14명에게 4억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고 1998년 5월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사기 피해자가 모두 10명이고, 피해 금액은 3억 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마이크로닷은 부모의 형이 확정되자 “어떤 말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잘못은 제 잘못이기도 하며 부모님의 반성 또한 자식인 제가 가져가야 할 반성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