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으로서의 패션
히라요시 히로코 지음|이현욱 옮김|서해문집|320쪽|1만8800원
2023년 일본 도쿄대에서 최고의 인문 강의로 인기를 끈 ‘패션론’ 강의를 한 권으로 엮었다. 현재는 고베대 대학원 인간발달환경학연구과 교수인 저자는 패션을 한 철 유행이 아닌 역사, 미술, 사회학, 철학 등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인문학의 영역으로 접근한다.
예컨대 저자에 따르면 16·17세기 유럽에선 패션이 ‘상류층’의 청결함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당시 겉옷의 일부분을 터서 안쪽 속옷을 일부러 비치게 만든 장식 기법 ‘슬래시’(Slash)가 유행한 것이 대표적 예. 배경에는 물에 닿은 피부가 이완되면 세균이 침입한다고 믿으며 목욕을 터부시하던 풍조가 있었다. 대신 속옷을 자주 빨아 입는 것이 청결함의 대명사가 됐고, 속옷을 내비치는 패션이 계급 기준처럼 역할한 것이다.
저자는 또한 패션 산업의 핵심 축인 ‘바느질 하는 여성’의 변천사에 여성의 성 역할과 노동관의 발전 역사가 녹아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패션의 변천사와 인문학의 발전 역사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