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라면

바루 글 그림 | 이슬아 옮김 | 북극곰 | 48쪽 | 1만8500원

/북극곰

지붕 위 고양이들이 반쯤 고개를 기울인 똑같은 자세로 한곳을 쳐다본다. 매일 똑같은 하루가 뭐 그리 신나는지, 굴뚝 위 분홍색 새 한 마리는 랄라랄라 홀로 노래하는 중이다. 쏟아지는 함박눈 속을 날아가는 그 새의 뒷모습을 땅 위에 얼어붙은 눈사람의 시선이 뒤쫓고 있다. 낯선 땅 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가 멀리 무지개를 바라볼 땐, 바위틈에 숨었던 토끼가 삐죽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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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는 저녁, 이슬에 젖은 몸을 첫 햇살로 데우고 날아오르는 아침…. 달콤한 빨간 열매를 맛볼 수 있다면 따끔따끔 가시덤불을 헤치는 수고도 견딜 만하다. 잠자리가 연못 위를 날며 허공에 그리는 그림을 감상하고, 개구리가 말을 거는 강가에서 상쾌한 강물로 목을 축이는 여유도 멀리 날아간 새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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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용기가 필요하다. 똑같은 검정색 새들이 왜 너만 다른 색이냐 쏘아붙여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남의 생각과 시선에 기죽지 않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니까. 나와 다른 이에게도 다정히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비바람 속에도 기꺼이 소중한 이의 어깨를 감쌀 줄 안다면, 작고 누추한 내 집에도 늘 친구들이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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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아래 낯선 이국의 궁궐들이 지나가고, 파도가 춤추는 바다 위에선 소금기 머금은 바람을 만난다.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인간들이 철조망 칭칭 감아 놓은 국경이나 장벽도 새를 막을 수는 없다. 높이 솟아올라 멀리 날아갈 용기를 낼 수만 있다면.

프랑스 작가의 그림책. 동시처럼 운율을 살린 번역이 새의 깃털인 듯 경쾌하고 보드랍다. 소리 내어 같이 읽다 보면, 어른의 마음도 아이와 함께 두둥실 하늘로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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