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경험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달릴 때 느끼는 쾌감)’는 명상할 때처럼 편안하고, 잡념이 없는 상태였어요. ‘러너스 다운(down)’ 혹은 ‘러너스 메디테이션(meditation·명상)’에 가까웠습니다.”
‘스님의 달리기’(유노북스)를 쓴 지찬(52) 스님은 2003년 출가했다. 그는 오랜 수행자로서 ‘러너스 하이’를 새롭게 정의한다. “호흡도 뚝 떨어지고, 번뇌·망상·잡념이 없는 상태로 쭉 달려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스님이 계속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이 상태를 더 바라보고, 살피기 위해서다. “모든 수행에는 자력(自力)과 타력(他力)이 필요합니다. 마라톤의 경우 자력으로 뛰지만, 미세한 고통을 은근히 끌어와야 해요. 그 고통이 나를 수행하게 만드니 자력과 타력이 섞였다고 봅니다.”
“서서히 불어난 뱃살과 체중 탓에 내 몸의 기능이 조금씩 약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중략) 치열함이 사라진 한심한 스님이 된 것 같아 등골이 시리다. 이렇게 늙어가다가는 애초에 마음먹었던 수행의 결과물을 구경도 못 해보고 죽음을 맞이할까 싶어서 걱정이다….”(23쪽) 육교를 오르내리다 헉헉대는 자신을 발견하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2022년. 이제 5년 차 러너다. 몇 년 간 거의 매일 10㎞ 이상을 뛰고, 공식 대회에서만 1만1450㎞를 뛰었다. 곧 철인 3종 대회에도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달리기는 기록의 스포츠다. 러너들은 기록에 민감하다. 1㎞당 페이스가 몇 분 몇 초인지에 따라 그날 기분이 달라진다. 스님도 기록에 연연해할까. 그는 “자유롭기 위해 뛰었으나 자유를 옥죄는 부분도 있다”고 수긍했다.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집착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도(中道)를 찾아야 합니다.” 깨치지 못한 속세인은 닦달하듯 되물었다. “어떻게요?” 스님은 “몸과 마음이 알려준다”고 했다. “기록에 대한 욕심 때문에 몸의 사소한 신호를 무시하다 다치곤 하죠. 늘 세심히 몸과 마음의 신호를 살펴서 나를 더 내려놓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