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민은영 옮김|문학동네|448쪽|1만8000원
장편소설 ‘타임 셸터’로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대표작이다. 1968년 불가리아 동부 얌볼에서 태어난 소설가, 시인, 극작가다. 소설은 “나는 이들이다”라는 기묘한 선언으로 시작한다. 20세기 후반, 후기 사회주의 체제 아래 궁핍한 불가리아를 배경으로 삼는다. 화자 ‘게오르기’는 아버지가 사준 그리스 신화 전집으로 세상을 배운다. 소년은 사람과 황소 사이에 태어나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에 갇히게 된 미노타우로스의 이야기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게오르기가 미노타우로스에게 이입하는 건 그 역시 미궁에 갇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게오르기는 타인의 슬픔을 통로로 삼아 그들의 기억 속에 완전히 들어가 버리는 ‘병적 공감 증후군’을 겪고 있다. 가족이나 이웃은 물론 이름 없는 동물의 기억에까지 잠입하는 일종의 초능력이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과 생애를 제 것처럼 느낄 수 있었던 소년은 성인이 되면서 이 능력을 잃어버린다. 작가가 된 게오르기는 타인의 이야기를 강박적으로 수집하며 잃어버린 능력을 벌충하려 한다. 그는 세상에 흩어진 슬픔의 이야기들을 모은다. 과거와 현재, 신화와 기록이 뒤섞이며 이야기라는 미궁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