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을지 말지 고민 중인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목차에서 ‘오페라, 고통, 그리고 투자’라는 제목의 글을 찾아 정독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면, 책 첫 장부터 읽으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가벼이 패스하면 좋다.

‘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필름출판사)를 쓴 비탈리 카스넬슨은 1973년생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나 18세에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투자회사에서 계속 일하다 2012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중부에 있는 덴버에 산다. 생각을 하기 위해 매일 새벽 2시간씩 글을 쓴다. 그가 가진 독특한 시선은 이런 요소들의 조합 덕분일 것이다.

책의 절반이 가족, 음악, 여행에 대한 이야기라면, 나머지는 스토아 철학을 자신의 일과 삶에 대입해서 살아온 분투기다. 예를 들어, 스토아 철학의 대표적인 개념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장기 가치투자를 하는 회사의 대표로서 그는 현재의 주가, 올해의 수익률은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 반대로 창조적인 리서치, 스위스 시계 같은 효율적인 회사 운영, 고객과의 성실한 커뮤니케이션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지표들은 과감히 치워버리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만 목표로 삼는다. 과정에 철저히 집중하되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런 깨달음은 2015년 펀드 수익률이 박살나고 감정의 고통이 신체의 고통으로 전이될 만큼 지옥 같은 시기를 보낸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었다. ‘오페라, 고통, 그리고 투자’는 그 산물이다. 읽고 나면 나에게 대입해서 생각할 것들을 가득 얻을 수 있는 선물 같은 글이다.

인생이란 좋은 문제를 발견하고 풀어나가는 과정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그는 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말했듯,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에게는 본질만 남는다. 저자의 생각을 계속 따라가고 싶다면, 뉴스레터(Soulinthegame.net) 구독을 추천한다. 원제는 ‘Soul in the game’으로, 자신이 믿는 가치에 영혼을 오롯이 거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