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꽃바지

변디디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44쪽 | 1만7500원

심심하고 지루하다. 맛난 과자며 게임기, 장난감은 바랄 수도 없다. 예쁜 옷도 친구도 놀이터도 없다. 엄마 아빠가 데리러 오려면 아직 세 밤 더 자야 하는데…. 노아는 시골 할머니 집의 모든 게 마음에 안 든다. 할머니는 노아의 파란 물방울 무늬 공주 치마가 불편해 보여 “바꿔 입자” 하시는데, 잔뜩 뿔이 난 노아는 대꾸도 퉁명스럽다. “싫어, 안 벗을 거야!”

그때, 슬라임처럼 마루 소파에 늘어져 있던 노아의 눈앞에 꽃이 둥실둥실 떠다닌다. ‘꾸~욱.’ 걸레질하던 할머니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찔러 본 노아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할머니, 할머니! 왕궁뎅이에 꽃이 날아왔어!”

봄은 어디서 가장 먼저 올까. 할머니 스쿠터를 타고 가는 시골길, 꽃잎과 이파리들이 꽃비처럼 날린다. 마을회관 앞마당은 어르신들 놀이터. 돗자리 펴 놓고 노아와 할머니를 기다린 동네 할머니들이 달려와 반긴다. 다들 알록달록 색색깔 꽃바지를 입으셨다. “퍼뜩 와 앉어라. 기다렸다 아이가!” 처음엔 낯설어 쭈뼛쭈뼛하던 노아도 금세 신이 난다. 할머니들이 돌려주는 긴 줄 속에 들어가 방방 뛰는 것도 재밌다. 김밥과 과일, 지글지글 갓 부친 부침개와 전도 맛나다.

“할머니, 옷 불편해, 갈아 입을래.” 한참 놀던 노아가 그제야 먼저 옷을 갈아입겠다고 나선다. 그때 할머니들이 어딘가를 가리킨다. “꽃 날아온다~!” 꽃인 줄 알았더니 바지다. 분홍색 꽃이 한가득 피어난, 노아가 입을 꽃바지다.

노아가 할머니들과 함께 춤춘다. 꽃바지 물결이 그대로 꽃밭 같다. 꽃바지에 활짝 핀 봄꽃처럼, 할머니와 노아도 활짝 피어난다. 노아의 봄은 할머니 꽃바지와 함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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