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
켄 코프먼 지음ㅣ조주희 옮김ㅣ일레븐ㅣ464쪽ㅣ2만7500원
“나는 400종의 새를 그리겠다.”
1883년 ‘미국 조류학의 아버지’ 존 제임스 오듀본의 선언은 야심이라기보다 무모함에 가까웠다. 당시 북미에서 알려진 새조차 400종에 못 미치던 시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새까지 찾아내야만 했다. 그는 새벽마다 총을 들고 숲으로 들어가 막 잡은 새를 철사로 고정해 실물 크기로 그려냈고, 끝내 ‘북미의 새’라는 경이로운 도감을 완성했다.
“그러나 그가 본 새들은 과연 모두 ‘진짜’였을까.” 전미탐조협회 ‘평생 공로상’을 두 차례 수상한 조류학자인 저자는 오듀본의 삶을 따라가며 이 질문을 던진다. 오듀본은 천재 예술가이자 집요한 탐험가였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독수리를 ‘워싱턴의 새’라 이름 붙여 발표하고, 선배 조류학자 알렉산더 윌슨의 ‘아메리카참매’ 표본을 자신의 발견인 것처럼 주장한 논란의 인물이기도 했다.
오듀본의 삶을 그려낸 이 책은 단순한 평전이 아니다. 명성을 향한 욕망, 경쟁자에 대한 집착 등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한 단면이 응축돼 있다. “발견과 위대함은 어디까지 진실이어야 하는가.” 책은 ‘쓰여진 역사’를 다시 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