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봄 2026

김채원 외 소설 | 문학과지성사 | 164쪽 | 5500원

정전

함윤이 소설 | 문학동네 | 324쪽 | 1만7500원

문학적 스타일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문학과지성사(문지)와 문학동네(문동). 어찌 보면 경쟁사인 국내 대표 문학 출판사 두 곳이 동시에 연호하는 두 작가가 있다. 요즘 한국 문단이 주목하는 신예 김채원과 함윤이 얘기다. 둘은 2022년 일간지 신춘문예 등단 동기인 데다, 1992년생으로 나이도 같다. 문지와 문동이 번갈아 가며 이들에게 상을 주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 이들의 신간이 출간됐다. 두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의 최신 동향을 가늠해보길 권한다.

◇할아버지와 두 손녀의 연대

지난해 말 ‘열린책들’의 ‘보다’ 선집(앤솔러지)에 처음 실렸던 김채원의 신작 단편 ‘별 세 개가 떨어지다’가 ‘소설보다 봄: 2026’에 수록됐다. ‘소설보다’는 문지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 세 편을 뽑아서 펴내는 시리즈다. 그런데 이 단편은 얼마 전 문동이 등단 10년 이하 젊은 작가의 단편에 주는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았다. 내달 출간을 앞둔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에도 실릴 예정이다. 문지와 문동이 나란히 한 단편에 스포트라이트를 켠 셈이다.

김채원은 젊은작가상 수상 소식을 듣고 “나를 어쩌지 못하고 혼자 어색하게 웃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작가 제공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나’가 사촌 자매 혜임과 소식이 뜸한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나’와 혜임은 할아버지가 평생 정성스레 가꿔 온 식물원에 죽은 사람이 묻혀 있음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죽인 것은 아니다.) 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도 두 손녀는 침착하고 심상하다. 오히려 삐져나온 시신의 발에 흙을 덮어준다. 시체가 묻혀 있는 쪽으로, 별 세 개가 아치 모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세 사람이 ‘와’ 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을 “애도의 세대 간 연대”로 봤다. 두 손녀는 할아버지가 겪은 세월의 상처와 무게를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상호 신뢰하에 애도에 동참한다는 분석이다. 현실 세계에선 존재하지 않을 법한 기이한 침착함도 소설을 곱씹게 하는 대목이다. 이희우 문학평론가는 “온전함에 대한 집착에서 풀려나 있다”며 “김채원의 문장은 인과관계의 사슬에서 풀려나 춤을 춘다”고 평했다.

◇철 없는 스무살의 투쟁

이달 중순 출간된 함윤이의 신작 장편 ‘정전’은 올해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그는 앞서 2024년 단편 ‘천사들’로 문지문학상을 받았고, 작년 11월 문지에서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를 펴냈다. 함윤이는 “소설의 분위기 전체를 장악하는 보기 드문 스타일리스트의 등장”(강동호 문학평론가)이란 말을 듣는다.

함윤이는 소설을 세 번 고쳐 쓴 과정을 “내 안의 불안과 수치마저 들뜨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소정

‘정전’은 갓 대학에 입학한 스무살 ‘막’이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등록금을 벌기 위해 제약 공장에서 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밀크 파우더의 옅은 단내가 벨트를 따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같은 감각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작가는 7년 전 뉴질랜드에 워킹 홀리데이를 갔을 때 이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외 제약 공장에서 직접 일했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수년간 세 차례에 걸쳐 소설을 고쳐 쓰면서 드디어 빛을 봤다.

주인공 ‘막’이 짝사랑한 스리랑카인 동료 ‘라히루’가 공장에서 사고로 손가락을 잃으면서 소설의 분위기가 바뀐다. 회사는 노조에 가입한 막의 동료들을 해고한다. 분노에 찬 막은 소꿉친구 ‘은단’의 초능력을 이용해 공장을 하루 동안 정전시킬 계획을 세운다. 철없는 스무 살 청년의 성장기이자 투쟁기다.

“노동소설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우리 문학의 몇몇 관습을 ‘정전’이라는 초능력 모티프를 사용하여 과감하고 단호하게 끊어내는 면모를 보여준다”(신수정 문학평론가), “‘튼튼한 스무 살’ 막은 자기 기질에 맞게 사건을 만나고, 자기 나이에 맞게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한다”(윤성희 소설가) 등 “덜 여문 화자”(이유리 소설가)의 대책 없음에도 불구하고, 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