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이 다정한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어딘가로 노을을 휙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에세이 ‘쉽게 자주 반하는 마음’(달)을 쓴 작가 이에니(52)씨가 질문에 조곤조곤 답을 적어 보내왔다. 현재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 케이프코드에 사는 그와 첫 책 출간을 계기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한국 시 좀 읽는다 싶은 독자라면 저자의 이름을 보고 멈칫했을 것이다. 당신의 직감이 맞다. 이제니 시인의 쌍둥이 언니다.
이씨는 다양한 작업을 해 온 일러스트레이터다. 책에는 세계 곳곳에서 찍은 감각적인 사진이 그의 일상과 함께 녹아 있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고 그다음에 글이 따라온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15년을 살았고,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얼마 전까지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지냈다. 아일랜드·뉴멕시코·포르투갈 리스본 등 여행지에서의 단상도 책에 담았다. 이를테면 나미비아 초원에서 코끼리와 눈을 마주쳤던 순간은 이런 문장으로 기록됐다.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아주 오래된 영혼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콘셉트가 명확한 에세이는 아니다. 이씨도 “무엇에 관한 에세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점이 매력이다. 한 사람의 삶의 궤적과 내면이 어른어른 보이는 듯한 문장과 다정한 기운이 독자를 끌어당긴다.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없어 자유롭다. 그래서 오히려 물 흐르듯 읽힌다.
어쩌면 우리 삶이 그렇다. 내 일상을 단일한 키워드로 묶는 건 작위다. 삶은 일직선으로 내달리지 않는다. 저자는 “다양한 삶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했다. 또 “모두 자기만의 방향이 있다는 것, 무엇이든 좋은 면을 찾아보려는 마음”을 강조했다.
책 제목인 ‘쉽게 자주 반하는 마음’도 거기서 나온 듯하다. 그는 “(이 마음은) 거창한 태도가 아니라 작은 취향이나 발견에 가깝다”면서 “거대한 세계를 발견하려 하기보다 가족과 주변에 있는 것들 가운데 좋아 보이는 것을 오래 바라보고 표현하고 아끼는 마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