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개나리
오윤정 글·그림 | 북멘토 | 48쪽 | 1만8000원
풀섶에 숲길에 핀 꽃을 보면 그제야 봄이 온 것을 깨닫는다. 푸릇푸릇 날씬한 가지에 마디마다 샛노란 꽃이 와글와글, 가만히 들여다보면 네 갈래 꽃잎이 새침해서 더 예쁜 꽃. 개나리다. 학교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처럼, 누군가 한데 쏟아놓은 듯 무리지어 피어난다. 다 어디 숨어 있다 한꺼번에 나타난 걸까.
개나리 꽃 하나가 피는 시간은 고작 사나흘. 그 짧은 새 무당벌레에게 꿀을 내주고 꽃가루를 옮겨 씨앗을 맺는다. 꽃 떨어진 자리엔 연둣빛 잎사귀가 피어난다. 따가운 여름 햇빛과 차가운 소나기를 견디며 부지런히 자라는 동안, 노란 꽃이 없어도 개나리는 언제나 개나리였다.
무성한 푸른 잎 덤불을 일구면, 붉은눈오목눈이 같은 작은 텃새들이 그 안에 둥지도 짓는다. 산들바람이 불면 이파리를 다 떨군 자리에 병아리 부리 같은 열매가 맺힌다. 겨울을 날 채비를 마치며 마디마다 맺힌 겨울눈엔 겹겹이 싸인 꽃이 들어 있다. 개나리는 노란 꽃을 제 속에 품은 채 다시 활짝 피어날 봄을 기다렸던 것이다.
디자인과 과학적 식물 그리기를 공부한 저자는 7년간 개나리와 주변의 생명들을 관찰했다. 개나리와 쌍둥이처럼 닮은 미선나무꽃은 흰색이나 분홍색이고, 샛노란 색깔이 개나리와 꼭 닮아 혼동하곤 하는 영춘화는 꽃잎 여섯 개가 동글동글하게 피어난다. 책 마지막엔 개나리 곁에 함께 사는 풀과 곤충, 새들 이야기도 있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 포착한 개나리의 한살이가 꼭 부모가 공들여 쓴 아이 성장 일기를 읽는 듯 애틋하다. 곧 만날 봄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