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북스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꿈꾸는 공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술과 책, 사람에 관한 에세이 ‘어쩌면 바라던 바’(애플북스)를 낸 바텐더 정성욱(30)씨가 말했다. 건축 전공자인 그는 설계 사무소를 4년간 다니다 퇴사를 결심했다. 20대의 대부분을 건축에 쏟았으나, ‘나다움’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2024년 5월부터 세종시에서 위스키 바를 운영하고 있다.

담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자신의 첫 책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클라우드나인). 강원 양양에서 비치클럽을 운영하거나 경기 남양주에서 위스키를 만드는 등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약하는 이들을 인터뷰했다. 취재와 집필 과정에서 정씨는 “관찰자가 아닌 플레이어(player)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과 술, 그리고 술자리 대화를 좋아하는” 그는 “위스키 바라면 책과 술이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떠올렸다.

'어쩌면 바라던 바'를 쓴 정성욱 작가가 운영하는 위스키 바. /저자 제공

창업 전 정씨는 “독서 모임 회원 100명을 채우면 바를 열겠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그는 “무언가 하고 싶은데 확신이 안 서서 핑계로 삼았던 말이었는데, 6개월 만에 회원 100명을 채웠다”며 웃었다. 독서 모임과 바 둘 다 올해로 3년 차다. 자신이 운영하는 바에서 독서 모임을 열고, 세종 지역 자영업자들과 협업해 다양한 모임을 꾸리기도 한다.

‘공무원 도시’로 불리는 세종의 또 다른 별명은 ‘노잼 도시’다. 문화 공간이 부족하고 타인과 취향을 나눌 기회가 다른 대도시에 비해 적다. 자영업자에게는 리스크가 큰 지역이지만, 미개척지를 일구는 즐거움도 있는 듯했다. 정씨는 “독서 모임을 해보면 건강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은 곳”이라며 “조용하고 한적해서 내 라이프스타일에도 맞는 도시”라고 했다.

위스키의 맛은 오크통 숙성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이에 빗대 정씨는 “나는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를 빚는 오크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이라면, 대안이 필요하다. 그는 “자신이 바라는 공간을 단순한 상상, 막연한 꿈으로 두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