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사람이 있어야 꽃이다.”
정원 에세이 ‘세상 모든 초록은 즐겁다’(시공사)를 쓴 이준규(52) 에버랜드 식물콘텐츠 그룹장은 2017년 김용택 시인의 에세이 ‘김용택의 어머니’에서 이 문장을 만났다. 시인의 노모가 넌지시 던진 이 말이 ‘식물 총감독’인 저자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평생 정원을 다루고 배웠던 모든 것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말이었다.
“꽃은 배경이 아니에요. 정원은 사람과 식물이 소통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곳인 거죠.” 그해 저자는 에버랜드 정원의 울타리를 걷었다. 꽃이 망가지면 어쩌냐는 직원들 우려를 긴 시간 설득했다. 이후 사람들이 꽃 향기를 맡고 흙을 만지고 꽃 속에서 추억을 남기기 시작했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을 일부러 밟아 죽이진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다행히 화단 훼손이 커지지 않았고 컴플레인도 없었어요.”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정원은 ‘예쁜 정원’이 아니라 ‘개성 있는 정원’이다. 정원을 만드는 사람의 색채가 담긴 정원, 늘 같은 모습으로 멈춰 있는 정원이 아닌 매년 자기만의 모습을 찾아가는 정원. “정원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모든 공간 중 유일하게 성장하는 곳이니까요.”
에버랜드의 ‘매화원(하늘정원길)’도 그런 곳이라고 한다. 이곳의 튤립은 화려한 3월 ‘튤립 축제’보다 한 달쯤 늦은 4월 중순 꽃이 핀다. 꽃잎도 작고 수수하다. 네덜란드에서 수입해온 튤립으로 축제를 연 뒤 버려지던 튤립 구근을 옮겨 심었다. 튤립은 3년 사이클을 두고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매화원의 튤립은 절정을 지나 각자의 속도대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튤립엔 화려함보단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죠. 매화 나무 아래, 길 모퉁이에 소박하고 고요하게 커갑니다.”
저자는 정원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은 적게, 손은 더럽게”라고 했다. “이 식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대신 흙과 꽃을 만져보고 향을 맡아보세요. 식물과 함께 호흡하며 소통할 수 있어요. 아 물론 꺾으면 안 되고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