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 이은주 옮김 | 북모먼트 | 352쪽 | 2만2000원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최대환 지음 | 어크로스 | 336쪽 | 1만9800원
지난 24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로 김모(16)양이 숨졌다. 양천구에 살다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군지인 대치동으로 이사 온 김양은 입주 5일 만에 참변을 겪었다. 경기도 안성에선 이달 초 화물차가 크레인을 옮기던 중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50대 운전자가 사망했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죽음을 만난다. 가족·친지의 죽음을 겪고, 알지 못하는 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다. 하지만 죽음을 제대로 마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망각의 힘에 맡기거나, 집단적 추모에 매달리기도 한다. 반면 최근 출간된 두 책은 우리의 ‘삶’을 위해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죽음에 대해 질문하고,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원제 The Death Class)은 미국 뉴저지주 킨대학교 종신교수인 노마 보위 박사의 죽음학 수업(강의명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을 취재한 서사적 논픽션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10년 넘게 일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수강 대기자만 3년 치가 쌓여 있다는 어느 수업에 관한 소문을 듣는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의 생애 주기 이론을 토대로, 죽음을 바라봄으로써 인생의 난관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수업. 뉴욕에서 근무 중이던 저자는 곧장 킨대학으로 향한다.
응급실, 중환자실, 정신병동에서 20년을 근무하고 킨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정신 건강과 간호, 공중 보건에 관한 수업을 해온 노마 교수를 만나고 저자는 결심한다. “저널리스트 자격으로 그녀를 따라다니며 죽음학 수업과 그 체험을 상세히 기록”하겠다고. 등장인물은 모두 실제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사람들이다. 4년 동안 녹음기를 손에 들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주변을 맴돌며 수천 시간을 보냈다.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이 필요했던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허락을 맡고 실명을 썼다. 저자는 몰입 저널리즘, 참여 저널리즘, 서사적 재구성이라는 세 가지 형태로 진행한 취재라고 밝힌다.
죽음학 수업의 첫 글쓰기 과제는 ‘작별 편지 쓰기’다. “떠나보낸 사람, 혹은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편지로 써보기”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마음 한구석에 치워뒀던, 외면해왔던 감정을 다시 끌어오는 작업이다. 자살, 살인, 정신 질환을 다룰 땐 이런 질문으로 토론 수업을 한다. “만일 지구상에서 한 가지 병을 없앨 수 있다면 어떤 병이 떠오르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정리해 이야기해 봅니다.”
수업을 듣던 저자는 수강생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들이 어떤 사연을 품고 노마 교수의 수업을 듣게 되었는지 살핀다. 책에 등장하는 케이틀린, 조너선, 이스라엘(가명)은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겪었다. 그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케이틀린은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를 돌보는 데 매달려 정신이 없고, 조나단은 아버지가 앓던 정신분열증 증상이 동생에게도 나타난 것을 보고 어찌할 줄 모른다. 노마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조언과 실질적 도움을 건넨다.
노마 교수는 “아무리 끔찍한 사연이라도 세상을 향해 크게 소리내어 이야기하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툭 터놓고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게 하자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 트라우마였던 깊은 상처가 조금씩 아문다. 이들 중 누군가는 심리 상담가가 되고, 누군가는 상처를 딛고 타인을 돕는 삶으로 나아갔다. 케이틀린은 “교수님은 제게 용감해지는 법을 보여주셨다”고 말한다. 노마 교수는 매 학기가 끝날 때 칼릴 지브란의 시 ‘죽음에 대하여’를 학생들에게 읽힌다. “너희는 죽음의 비밀을 알고자 하는구나./ 하지만 삶의 한가운데서 죽음을 찾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것을 발견하겠는가?”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는 한국판 죽음학 수업이다. 가톨릭의대 생명대학원에서 여러 해에 걸쳐 ‘죽음의 이해’를 강의한 최대환 신부가 썼다. 독일 뮌헨 예수회 철학 대학에서 철학을 연구한 저자는 “죽음에 대한 물음이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사유하도록 이끈다”면서 “죽음에 대한 사유는 심연을 마주한 불안에서 시작되지만, 결국은 운명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이생과 존재를 긍정하는 길을 열어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