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단디

“저한테 목욕탕은 놀이터입니다. 나이 들어서도 어릴 때처럼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곳이에요.”

자신을 ‘목욕탕 탐방가’라고 소개한 김성진씨는 성실한 블로거다. 2017년부터 전국 곳곳의 목욕탕에 다닌 기록을 블로그에 올렸다. 이를 엮어 얼마 전 책 ‘전국 목욕탕 탐방’(베르단디)을 펴냈다. 부산8탕, 전라5탕, 경상9탕, 충청6탕…. 유명한 곳보다는 작고 정겨운 목욕탕을 주로 찾았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그는 주말이면 목욕탕 탐방에 나선다. 두세 시간이면 전국 어디든 가기 좋은 교통의 요지에 사는 이점을 십분 활용한다. 지방 출장이 잦은 직장에 다녀 평일에도 목욕탕 탐방을 멈추지 않는다. 오전 9시 출장지에서 회의가 잡히면 깜깜한 새벽에 문을 나선다. 대부분 목욕탕이 새벽 6시면 문을 연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목욕탕에 들러 시원하게 땀부터 뺀다.

2014년 일본 교토에서 유학하며 목욕탕 탐방에 제대로 빠졌다. 도쿄가 속한 간토 지방과 오사카가 있는 간사이 지방 목욕탕은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 목욕탕에도 지역 특색이 있다. 지금은 사라지는 추세지만, “서울·경인·전라권에는 벽돌로 된 목욕탕 굴뚝이 많고, 경상·제주권은 원형 콘크리트 굴뚝이 많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경남 서남쪽에는 사물함 대신 플라스틱 바구니를 쓰는 곳도 많다”고 한다. 일본에도 바구니에 옷을 벗어두는 목욕탕이 종종 있단다.

목욕탕의 어떤 점이 그리 좋은지 물었다. 그는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목욕탕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지는 말이 백미였다.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는 목욕탕이 있어요. 탕에 들어가서 눈을 감고 소리의 울림을 느껴보세요. 해방감이 느껴집니다. 노천탕에서 김이 올라오면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일 때도 기분이 좋죠.”

단골이 많은 작은 목욕탕은 동네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는 곳이다. 김씨는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목욕탕이 사라지는 현실이 아쉽다”고 했다. “전남 나주 서룡목욕탕에서 목욕 후 평상에 앉아 어르신들과 나눠 먹은 수박 맛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