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학’ 저자 모건 하우절은 독서 방법에 대해 이렇게 썼다.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책 중에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책들을 꼽아보라면 말할 수 있지만, 매일 수없이 접한 뉴스 중에 그만한 영향을 끼친 것을 떠올려보자니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뉴스를 줄이는 대신 그 시간에 책을 읽는다고 한다. 투자자로서 그는 시간의 기회 비용을 계산하고 신중하게 선택한다. 이 관점에서 ‘뉴 맵’(리더스북)은 시간을 쓸 가치가 있는 책이다.
대니얼 예긴은 1947년생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마치고 하버드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를 독특하게 만든 것은 ‘에너지’라는 렌즈로 전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50년 넘게 그는 에너지가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힘을 연구하고 정부 및 기업을 컨설팅하며 8권의 책을 썼다. 가장 유명한 것은 퓰리처상 수상작이자 석유 산업의 교과서로 불리는 ‘황금의 샘’이지만 최근작인 <뉴 맵>은 저자의 관점을 익히는 입문작으로 읽기에 손색이 없다.
‘새로운 지도’라는 제목답게 그는 미국, 러시아, 중국, 중동, 자동차와 기후 위기에 대한 지도를 소개한다. 미국의 셰일 혁명이 가져온 제조업과 지정학의 변화,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무기로 재부상하는 과정, 남중국해와 일대일로에 중국이 전력투구하는 이유, 중동의 지도를 뒤흔들고 있는 민족과 종교 갈등 역사를 읽고 나면, 그동안 조각조각 접했던 정보들이 하나의 줄기와 뿌리로 꿰맞춰지는 지적 쾌감이 강렬하다. 이 책을 접하기 전과 후, 뉴스를 볼 때 뇌에서 처리되는 정보의 해석은 다를 수밖에 없다.
2020년에 나온 책이라 아쉽게도 AI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AI와 로봇이 가져올 미래에 필수적인 자원은 전력이며, 석유와 다른 에너지들 간의 경쟁은 또 하나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도록 작동할 것 같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이며 반도체와 제조업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고려할 때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되고, 600장이 넘는 책이지만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예긴의 글솜씨 덕분에 소설처럼 읽힌다는 것도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