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
샤를로트 파랑 글·그림 | 최혜진 옮김 | 문학동네 | 56쪽 | 1만5000원
‘어, 이게 뭐지?’
여느 날과 똑같은 평범한 날이었다. 달팽이를 주우러 나온 길, 우거진 잎사귀 아래 자그마한 ‘그것’이 뮈리엘의 눈에 띄었다. 검고 동그랗고 작은, 털 뭉치 같기도 구멍 같기도 한 그것.
‘이 숲에 내가 모르는 게 있을 리가.’ 뮈리엘은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한다. 지금은 저녁으로 먹을 맛있는 달팽이 수프 끓이기가 먼저니까.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다음 날 숲속에 나타난 그것이 좀 더 커져 있다. ‘누가 날 보고 있나….’ 홱 돌아보니 하나가 아니다. 꽃잎 뒤, 집 창가 화분에도. 부엌 냄비 안, 침대 이불 속에도 그것이 있다.
“이상해. 너무 이상하다고!” 뮈리엘은 집 안의 그것들을 밖으로 쓸어낸다. 숲 여기저기 그것들이 뮈리엘을 지켜보고 있다.
사람은 ‘앎’ 속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아는 길로 출퇴근하고, 아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아는 사람을 만난다. 높은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로 땅 위를 걷기 시작했던 먼 조상 시절부터, 익숙한 ‘앎’ 속에 머물러야 살아남을 확률도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초식동물이 정해진 길로만 다니고, 육식동물은 제 영역 안에서만 사냥하듯이. 하지만 정말 그걸로 충분할까.
뮈리엘은 조심조심 숲길을 지나 낯선 땅굴 앞에 선다. 땅굴은 숲 속 여기저기 나타난 그것과 꼭 닮았다. 조심스레 한 발 들여놓으며 묻는다. “계신가요?” 드디어 만난 ‘그것’의 이름은 ‘모름’이다.
알고 보니 ‘모름’이도 꽤 괜찮은 녀석이다. 이제 겁낼 필요도 화낼 필요도 없다. “안녕!” 뮈리엘이 숲 속에서 만난 ‘모름’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쩐지 숲의 공기와 냄새, 소리와 빛깔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다.
무지(無知)를 인정하고 내 안에 들여놓으라고, 질문하고 맞닥뜨려 새로운 앎의 즐거움을 만나라고 말하는 책.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지 않으면 새로운 앎의 즐거움도 없다. 아는 길로 등하교하고 아는 학원에 다녀오면 곯아떨어지고 마는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모름’들을 만날 기회가 필요하다.
책을 덮고 뮈리엘처럼 돌아보니, 익숙해서 따분해 보이던 세상이 흥미진진한 ‘모름’들로 가득 차 있다.